누구나 인정하듯 우리 고대사는 주체적으로 정립한 역사가 아니라 일제시대 조선사 편수회의 시선으로 철두철미 왜곡된 역사다. 초등학교 국사 시간에서부터 단군역사가 단군신화로 주입돼온 탓에 한국인의 역사상식은 그릇된 선입견으로 거의 세뇌 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왜 일본인은 자신들의 왕을 천황이라하여 신격화시키는 데 반해, 한국인은 반 만년 배달의 역사라고 하면서도 단군조선의 실재를 부정하는 것일까?
우리 역사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자, 교수, 선생 들조차 합리적 상식을 외면하고 우물안 개구리처럼 일제 황국사관을 답습해온 결과가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백만달러짜리 하버드 대학 한국고대사 프로젝트는 대한의 역사를 한반도 일대의 소한의 역사로 가두어 놓는데 성공한 듯하다.
다행히 윤내현 선생의 역작 '고조선사', '열국사' 등이 쓰여져, 첫 단추부터 잘못 꿰인 종래의 한국사 체계를 바로잡는 기회가 생겨났다. 윤 교수가 그의 저술에서 고고학, 문헌사료, 역사관, 역사철학 등을 총동원해 고증한 고조선의 강역과 연대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이렇다.
1. 고조선 건국 연대는 단군왕검이 개국한 기원 전 24세기이다.
2. 삼조선 혹은 삼한으로 불리는 고조선의 강역은 한반도, 일본 열도, 만주, 산동 산서 하북 하남 지역(단군세기에 나오는 이른바 '회대 지역')을 포함한다.
3. 홍산 하가점 하층문화 시기에 발굴되는 청동기와 옥기는 물론, 고조선 강역 전체에 산재해있는 고인돌, 비파형 동검, 빗살무늬 토기 등의 고고유물을 주목해야 한다.
4. 역사 문헌에 '위만조선의 우거 왕때 동쪽의 진국으로 갔다'고 '위략'에 적혀있다. 그런데 이를 남쪽으로 간 것을 잘못 쓴 것이다라고 오역하는 학자들이 있다. 이들의 억지논리는 반만년 역사를 한반도에 가둠으로써 부여와 고구려, 발해를 포기해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일부 학자들이 고조선은 발생하자 마자 망해버린 나라라는 데 대해서 윤내현 선생은 "고조선을 부정해버리면 중국 동부지역을 무대로 활동했던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함께 부여, 고구려, 발해 역사도 부정될 수 밖에 없다"라며 개탄한다.
고조선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는 동아시아 최초의 법 체계인 '팔조 금법'이다. 이는 동아시아 최초의 성문법 체계라고 할 수 있다. 단군세기에도 수록되어 있는 팔조 금법은 '한서 지리지'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기원전 12세기 무렵에 고조선에서 실시되었던 법령이라고 전한다. 고조선 내지 동아시아 역사를 서양사학의 시각으로 무리하게 재단하는 오류를 벗어나 윤내현 선생은 동북아 고대사를 바라보는 제 3의 눈을 강조한다.
2018-08-3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