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희
내 안에 우는 눈이 있다
구르고 구르는
슬픈 돌
이 절벽에서 저 절벽으로
날아다니는
소나기가 있다
내 안에 폭포수 계곡이 있다
눈 뜨고도 안보이는
높이를 모르지만
오르고 오르는
내 안에 우는 산이 있다
오를수록 키가 자라는 산에서
굴러 떨어지는 숨 쉬는 돌
내 안에 우는 언어가 있다
K-Writer 여름호인 제 3호가 출간되었다. 이 3호에 특집으로 실은 문정희 시인의 신작시를 소개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 문단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대표 시인이다. 196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여 54년간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무수히 많은 시집과 다수의 산문집을 발간하였고 11개 국어로 출판된 14권의 번역 시집도 있다.
그런 그녀가 보여주는 신작시 ‘내 안에 우는 눈이 있다’는 그 오랜 세월 짓물렀을 시인의 시선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에 놀라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어느새 이 사회 속에서 급속도로 변하는 경험을 계속해오고 있다. 그러기에 감정적으로 메마르고 지쳐있음에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우는 눈’은 단순한 눈이 아니라 위태롭게 절벽과 절벽을 날아다니고 또 적당히 우는 것이 아니라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다. 그 퍼부음으로 폭포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굴러 떨어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도 않는 그 무엇을 향해 산처럼 높이 오르고 올라 다시 떨어지길 반복하는 언어로 끊임없이 거듭된 고행을 해내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이 시대를 살아가며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아닐까 생각한다.
2023-11-0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