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의료의 불평등이 미국에서 매우 심각하다. 소득 수준에 따라 의료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계층간 의료격차가 크다.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가장 값비싼 의료비 때문에 의료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 선진국에서 보편화된 전국민 의료보험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초의 '국가건강보험'은 트루먼 대통령이 80년 전에 시도했으나 미의학협회(AMA)의 강력한 반대로 좌절됐다. 그의 제안은 정부가 국민건강을 통제하는 '사회주의 의학'이라고 비판받으면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 이후 미국은 민간 보험을 중심으로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다.
민영보험은 주로 고용주를 통해 직원에게 제공한다. 고용주가 직원의 보험료를 대부분 부담하고, 직원은 자신의 월급에서 나머지 부분을 납부한다. 이런 제도는 제 2 차 세계 대전 동안 연방정부가 임금을 동결하자, 고용주가 직원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로 건강보험을 제공하면서 시작됐다. 이런 직장-건강보험 연동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 개인보험사은 의료비 상승을 억제하는 '관리형 의료'를 제공한다. 보험사가 보험사-병원 복합체(HMO)를 도입하여, 의료기관과 직계약을 통해 의료비를 통제한다. 그러나 보험사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지나치게 의료기관을 통제함으로 인해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를 거부하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이 발생한다. 이런 부작용의 결과로 최근에 의료보험사 최고경영자가 살해되기도 했다.
사보험 중심 의료정책은 20세기 중반에 두 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첨단 의료 장비의 개발로 인한 급속한 의료비 상승과 비싼 치료비 때문에 의료 사각지대로 밀려난 실업자와 빈곤층을 위한 의료보험의 부재였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의회는65세 이상 고령자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메디케어(Medicare)를 1965년 제정했다. 또한 의회는 메디케이드(Medicaid)를 제정하여 소득을 기준으로 빈곤층에게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는 연방-주정부 공공보험으로서 각 주마다 제공 조건과 혜택이 다르다.
이처럼 미국에는 고용주 후원 사보험과 정부 지원 공보험이 공존한다. 그럼에도 건강보험이 없는 의료 취약계층을 구제하기 위해서 정부는 2010년부터 오바마케어(ACA)를 시행했다. 연방과 주정부는 개인 구매시 단체요금 혜택을 제공하는 '건강보험거래소'(Healthcare Marketplace)를 운영하여 저렴한 비용으로 수맥만명의 무보험자들을 가입시키고 있다. 그리고 ACA 는 메디케이드 자격을 확대하여 저소득층이 연방정부로부터 보험료 일부를 보조받는다. 물론 ACA 시행으로 보험사와 의사의 수익성이 악화되어 빈번한 치료거부를 발생시키는 부작용도 여전히 존재한다.
미국 의료정책은 점진적인 변화와 수정을 통해 전국민 의료보험으로 접근하고 있다. 건강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의 책임이다는 의견이 아직도 우세하다. 그리고 의사 단체와 보험사 카르텔이 전국민 의료보장을 완강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건강문제는 특권이 아니라 인간의 권리로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보편적 건강보험을 실현하는 의료개혁을 새 행정부에 기대한다.
2025-01-0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