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세계가 무역전쟁에 빠져들고 있다. 그는 관세 카드를 이용하여 미국을 다시 부강하게 만들겠다는 속셈이다. 그러나 무역은 쌍무적이기 때문에 상대 국가의 보복 관세로 통상 마찰이 격화될 조짐이다.
무역은 이론적으로 위험한 도박이 아니라 안전한 게임이다. 무역의 주된 이유는 국가들이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역 당사국이 비교우위에 근거한 전문화와 분업을 통해 각국의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경제 부흥을 달성한다. 더 나아가 자유무역은 제품 가격을 낮추고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여 세계의 경제성장을 이끈다.
모든 나라가 '윈-윈'한다는 자유무역은 국가 간섭이 없는 시장경제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가도 자국 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관세, 수입 할당량, 무역 금수 등 다양한 수단으로 무역에 개입한다. 이런 정책들은 다른 국가의 경제적 국민 복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통신과 운송 기술의 혁신적 발전으로 세계 각 국가 간의 관계가 치밀하게 상호의존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국의 무역정책은 일자리 확보, 국내 산업 보호, 원자재 공급망의 확보, 국가 안보 강화 등 국내 이슈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비교적 높은 경쟁력을 지닌 강대국은 자원 확보와 시장 개방을 위해 자유무역을 주창하지만,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진 국가는 대체로 자국 기업 육성과 시장 보호를 위해 보호정책을 채택한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미국 경제의 쇠퇴를 반영한다.
미국은 1971년부터 무역적자가 시작되어 지난 40년 동안 장기 침체에 빠졌다. 소위 자유무역 세계화로 제조업이 쇠퇴하여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고, 심지어 아이폰 1대도 국내에서 만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미국은 '디자인'만 하고 제품 생산은 인건비 저렴한 중국에서 하면 된다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다. 그 결과 미국은 국내적 불평등 심화로 중산층과 근로자 계층이 최하위 계급으로 전락하고, 그들의 분노, 혐오, 절망이 미국을 휩쓸었다.
자유무역 피해자들의 지지를 받고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정책을 들고 나온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나 그의 '레토릭'이 너무 직설적이고 '린치' 수준이여서 대외적으로 보복관세의 역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국내적으로는 극단적인 관세정책이 국내 물가를 급 상승시켜 그의 지지자들의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그들은 관세폭탄을 맞는 제품을 주로 소비하기 때문에 가장 심한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허장성세 보다는 그들을 위한 내수 경제 활성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무역은 자국 뿐만 아니라 상대국 국내정치와 얽히고 설킨 복잡한 상호의존 관계다. 이런 상황에서 힘으로만 밀어 붙이는 관세전쟁은 승자가 없는 '패착'이다. 무역의 정치화는 인플레이션을 유발시켜 생산자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이익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에서는 싸우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지피지기' 원리가 중요하다. '상대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움에서 반드시 위험하다'는 손자병법의 경고가 관세카드를 남발하는 무역전쟁에 큰 울림을 준다.
2025-03-0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