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주의회, 처방약급여관리업체 규제법 통과
라이선스제 도입, 약값 산정 과정 심사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치솟는 약값에 칼을 뽑아 들었다. 약값 상승의 주요인으로 꼽히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들의 약값 폭리 관행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개빈 뉴섬 주지사의 최종 승인 과정을 남겨두고 있지만 업계의 반발을 비롯해 주정부의 PBM 제재 권한을 제한하는 연방법원 판결에 따른 법적 리스크는 넘어야 할 산들이다.
16일 LA타임스에 따르면 가주의회는 처방약 가격의 상승 원인으로 지목되어 온 PBM들을 규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PBM은 보험 의약품 처방집 등재 계약을 중개하고, 보험사와 약국 간의 계약을 조율하며, 의약품 가격 협상을 담당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적 기업을 말한다.
가주의회가 승인한 법안의 핵심은 PBM들의 폭리를 대폭 줄이는 데 있다. 그간 PBM들은 제약사들이 판매 증진을 위해 지급한 막대한 리베이트를 챙기면서도 약값을 내리는 데는 인색해 폭리를 취함과 동시에 소비자에겐 높은 약값을 부담시키는 주범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LAT에 따르면 지난 2015년에서 2019년까지 건강보험료가 평균 16.7%의 인상률로 상승하는 동안 처방약값의 인상률도 16.4%나 됐다.
법안에 따르면 가주에서 활동하는 모든 PBM들은 자격 심사 과정을 통해 라이선스를 발급받도록 규정했다. 라이선스 발급 과정에서 제약사로 받은 리베이트와 이를 약값 책정에 100% 반영했는지 심사하게 된다.
또한 법안은 PBM들이 자사 운영의 약국 체인에서 약을 구입하도록 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일례로 우편을 통해 처방약 배달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안내하는 행위가 해당된다. 여기에 독립 약국에 더 높은 약값을 책정해 PBM이 운영하는 약국 체인에 역차별을 가하는 PBM의 불공정 거래 관행에 제동을 거는 조항도 규정되어 있다.
현재 가주에서 활동하는 대형 PBM들은 모두 3곳으로 유나이티드헬스의 옵텀RX, CVS헬스의 CVS케어마크, 시그나그룹의 익스프레스 스크립트 등이다. 이들 PBM들은 보험사와 함께 약국 소매 체인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이들 3곳 PBM들은 가주 내에서 거래되는 처방약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법안이 실제 적용되면 이들 대형 PBM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 PBM들의 법안 승인에 대한 반발은 크다. PBM들은 환자들의 약값 인하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보험업체들도 이 법안이 PBM들의 약값 인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개빈 뉴섬 주지사의 서명을 남겨 둔 PBM 규제법이 실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2021년 유사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PBM에 대한 주정부 권한에 제한을 건 연방법원의 판결도 넘어야 할 산이다. 오크라호마 주정부가 PBM을 규제하는 법안에 대해 연방법원이 제동을 걸었고 이에 대해 35개 주정부가 재심을 청구해 놓은 상황이다. 연방대법원의 최종심에 따라 PBM 규제법의 운명이 갈리는 셈이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