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250㎞ 스톰섀도 '북한군 집결' 쿠르스크 표적…美 대인지뢰도 승인
러시아, 핵교리 개정하며 반발…"키이우에 ICBM 보복 준비" 보도도
1천일 넘게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에서 지원받은 미사일로 연일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고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대인지뢰 사용을 승인하는 등 전쟁이 날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반발한 러시아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핵교리 개정을 발표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보복 공습을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전날 미국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브랸스크 군사 시설을 공격한 데 이어 이날은 영국에서 지원받은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로 연일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
스톰섀도 발사는 북한군이 집결한 쿠르스크 지역을 겨냥해 이뤄졌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러시아의 군사 블로거는 이날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마리노 마을에서 스톰섀도 파편이 발견됐다고 전했으며, 익명을 요구한 서방 당국자도 블룸버그에 우크라이나군이 스톰섀도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 스톰섀도 등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미국과 영국 정부가 해당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금지했던 제한을 최근 해제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따른 대응으로 최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했으며, 영국 정부도 이에 뒤따라 자국산 스톰섀도의 사용을 허가한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처음으로 러시아 본토 공격에 동원한 에이태큼스와 스톰섀도는 각각 사거리가 최대 300㎞와 250㎞에 달하는 미사일이다.
사거리상으로는 장거리 미사일 기준인 1천㎞에 미치진 못하지만, 타격 능력이 뛰어나 적진의 벙커나 탄약 저장고를 뚫을 수 있는 강력한 무기로 평가된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강력한 서방의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1천일을 넘긴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 국면에 접어들며 긴장 고조가 심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전쟁 발발 이후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대인지뢰 지원도 결정하는 등 무기 지원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그간 서방 무기로 자국 영토를 공격하는 것은 서방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라고 경고해왔던 러시아는 이번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처음 공격한 날인 19일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를 발표했다.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해 우크라이나도 핵공격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의 이번 핵교리 개정은 미국의 에이태큼스 미사일 사용 제한 해제에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군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공격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에 대규모 공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현지 매체의 보도가 나왔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러시아 매체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는 러시아군이 카스피해 인근 도시 아스트라한의 군사 기지에서 키이우로 RS-26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만약 러시아군이 RS-26 미사일을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발사한다면 이는 전쟁 발발 이후 처음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서방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짚었다.
러시아의 보복 공습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 서방 국가들은 이날 키이우에 있는 자국 대사관을 폐쇄하고 직원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기도 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후 브리핑에서 폐쇄한 키이우의 미 대사관을 21일부터 정상 운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wisef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