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 "한국, 무모한 조치 자제하라"…"북미협상, 동일조건에선 어려워"
러시아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공급하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24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한국산 무기가 러시아 시민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면 양국 관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 있다는 점을 한국이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물론 필요한 모든 방법으로 이에 대응할 것이고 이것이 한국 자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데 도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이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이같은 '무모한 조치'를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단기적이고 기회주의적인 외부의 유혹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국익을 우선으로 고려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는 인도주의·경제적 지원을 우크라이나에 제공했지만 북한군 파병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군이) 현대전 경험을 쌓게 되면 우리 안보에 치명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인도주의 관점의 지원에서 이제는 북한군의 관여 정도에 따라서 단계별로 지원방식을 바꿔 나간다"며 "무기 지원이라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루덴코 차관은 또 파병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대만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아시아의 긴장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연합(EU)을 포함한 동맹국들은 대만 해협에서 의도적으로 긴장을 고조하고 있다"며 "이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에 대항하도록 한 전략과 유사하며 러시아와 역사적으로 긴밀하고 우호적인 관계를 파괴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루덴코 차관은 내년 들어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 재개가 가능할지 묻는 말에는 "그 어떤 것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2018∼2019년에 북한 지도자와 만났던 도널드 트럼프가 어쩌면 자신의 경험을 반복하고 싶어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이전과 동일한 조건에서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한반도와 전 세계의 지정학적 상황은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것이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는데, 협상 과정의 전망은 미국의 희망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대한 북한의 원칙적인 입장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북한,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참여한 6자회담 재개 여부와 관련해서도 "향후 이 지역의 지정학적 여건이 개선되고, 새로운 현실에 기초해 동북아 안보 문제를 논의하게 된다면 다자회담이 다시 요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로마·서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김지연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