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굶주린 주민들 순식간 몰려
이스라엘의 봉쇄에 구호품이 생명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한창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빵을 사려던 10대 소녀 2명과 50대 여성 1명 등 3명이 압사했다. 식량 위기가 극에 달하면서 문을 연 빵집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든 탓이다.
2일 AP통신과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가자지구 한 빵집에 빵을 사려고 줄을 섰던 13세·17세 소녀 2명과 50대 여성 1명 등 3명이 인파에 깔려 사망했다.
이 빵집은 밀가루가 부족해 며칠 동안 문을 닫았다가 재개장한 것이었는데 배고픔에 지친 주민들이 한순간에 몰려들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AP통신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빵집 일대에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들어 비명을 지르고 서로의 몸을 밀쳤다.
이 과정에서 압사한 17세 소녀는 아버지 심부름으로 동생과 함께 빵 한 덩어리를 사러 나간 길이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전혀 모르겠다"며 "아내는 딸이 질식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절했는데 아직 사망 소식은 모른다"고 말했다.
압사 사고 후에도 인파는 줄지 않았다. 한 주민은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의 고통을 겪고 있다"며 "빵 한 덩어리를 구하기 위해 4시간 동안 서 있는데 그 이후에라도 빵을 얻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호소했다.
최근에는 한 빵집에 줄을 서 있던 여성 3명이 총격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가자지구 식량난은 이처럼 매우 심각한 상태다. UN과 구호당국 등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주민이 하루 한 끼만 겨우 먹는 수준이다. 군사작전의 강도가 높아질수록 식량 위기가 악화됐다. 가자지구 빵집에는 밀가루 등 재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최근 X(옛 트위터)를 통해 "빵은 가자지구 주민들이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라 가족의 생명줄인데 이제 그마저도 손을 뻗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