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그룹 20주년 행사…"AI가 모든 걸 바꾸지만, 모든 것 결정하진 않아"
중국 정부의 규제를 과감하게 비판한 뒤 은둔생활까지 했던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馬雲)이 중국 내 공개 석상에 4년 만에 등장해서 화제다.
9일 중국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시나테크놀로지 등에 따르면 마윈은 지난 8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앤트그룹의 20주년 기념행사에서 "앤트그룹의 앞으로의 20년"을 주제로 연설했다.
마윈은 "여러분과 함께 알리페이 20주년을 축하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모두가 주어진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20년 전 인터넷이 막 도입될 때 앤트그룹은 운이 좋게도 그 기회를 잡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인공지능(AI)이 가져올 변혁은 모든 이들의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면서 "AI가 모든 것을 바꾸겠지만, 그렇다고 AI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가 미래에 할 수 있는 일은 지난 20년간 과학기술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진보와 변화를 가져오게 만든 것과 같은 일들이어야 한다"면서 "우리는 AI가 우리에게 감성을 부여하게 하고, 그 감성을 다시 AI에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앤트그룹의 펑레이 전 회장과, 징시엔둥 이사장 겸 회장도 참석했다.
징 회장은 이날 한신이 총재가 내년 3월부터 앤트그룹의 새로운 회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한때 중국 최고 부호 자리에 올랐던 마윈은 20년 전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도입해 중국의 결제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금융포럼에서 작심하고 당국의 핀테크 규제를 비판한 것을 마지막으로 마윈은 중국 내 공개석상에서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마윈의 발언을 심각한 도발로 규정한 중국 당국은 직후 마윈이 직접 지배하는 알리바바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을 무산시켰고, 이어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 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알리바바는 수조원대 반독점 벌금 폭탄을 맞는 등 당국의 규제 시범 케이스가 됐다.
중국 당국의 눈 밖에 났던 마윈은 해외를 전전하는 등 은둔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6월 일본 도쿄대에서 연사로 나서는 등 공개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또 당국이 알리바바에 대한 3년여간의 반독점 조사를 종료했다고 발표한 뒤인 지난 9월 회사 내부망에 '알리바바 25주년 기념 글'을 올리면서 오랜만에 주목받았다.
이어 석 달 만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마윈의 단 3분짜리 연설이 청중에게 울림을 준 것은 물론 마윈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고 중국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다만, 마윈의 짧은 연설이 앤트그룹의 구체적인 비전이나 전략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매체들은 짚었다.
마윈의 연설 영상은 중국 소셜미디어의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