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싱크탱크 전문가 분석…"이중 도전 맞은 北, 러에 협력 설득할 것"
한국의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에 가속 페달을 밟을 수 있다는 미국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몇 안 되는 동맹이었던 시리아 독재정권의 붕괴와 계엄 사태가 '연쇄 반응'을 일으켜, 북한이 느끼는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전략적 우선순위 조정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북한 전문가 마이클 매든은 10일(한국시간) 미국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와 결합해 북한에 이중의 지정학적 도전을 제기했다"며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권의 메시지를 재조정하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우선시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든은 비상계엄 사태와 시리아 내전 종식이 북한에게는 '이중의 전략적 충격'이었을 것이라며 "북한은 시리아 정권의 붕괴를 예상하고 컨틴전시(비상대응) 플랜을 세워뒀을 수 있지만 그 속도까지는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완전히 예상 밖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동안 이어진 북한의 '침묵'에 주목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한국 내의 윤 대통령 비난 집회 소식 등을 매일 보도하던 노동신문은 4일 윤 대통령 비난 성명과 집회 소식을 전한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켰다. 노동신문은 7일 만인 11일에야 비상계엄 사태를 알리며 비난 공세를 재개했다.
매든은 "김정은은 군사적 행동이나 군사 무기 시험을 승인해 지역의 상황을 악화시키거나 노동신문이나 성명 등을 활용한 선전 활동으로 윤 대통령의 곤경에 만족감을 표시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엄 사태 자체가 예측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이례적 상황이었기에 북한 역시 조심스럽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담화문에서 '북한 공산 세력', '반국가세력' 등의 언급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로 인해 평양은 경계심 속에 비공개적으로 위기 태세에 들어갔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북한 입장에서는 계엄령에 따라 한국이 은밀한 공격을 감행하거나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제한적 교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하게 됐으리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여권 고위 관계자들조차 이번 사태를 전혀 몰랐다는 점에서 북한이 한동안 한국 내의 정치 상황도 조사했을 것이라고 봤다.
매든은 이런 과정을 거쳐 북한이 계엄 사태에 대해 대응할 준비를 마쳤을 때에 시리아에서 반군이 승리함으로써 다시 새로운 불확실성이 더해졌으리라 짐작했다.
그는 "가까운 동맹국이자 얼마 남지 않은 가족 기반 독재정권이 붕괴하고 한국에서는 정치적 전환의 싹이 트면서, 김정은 정권은 매우 특별한 의사결정 환경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이런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를 설득, 기술 교류나 방위산업 협력을 가속함으로써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무기체계의 혁신과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며 "또 연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의제의 초점을 국가 안보로 집중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