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식품라벨 표준화법 추진
가주 AB660 법안이 표준 모델될듯
best if used by·use by 2개안 사용
워킹맘이자 주부인 한인 박모씨는 6개월 단위로 주방 팬트리에 보관하고 있는 캔으로 된 음식류와 소스류를 정리하는 게 습관이다. 하지만 박씨는 정리할 때마다 사용 기간을 표시한 라벨을 놓고 버려야 할지 아니면 먹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고 했다. 제품마다 사용 기간을 표시하는 방식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박씨는 "어떤 것들은 릫sell by릮로 표기된 반면 다른 것들은 'used by'로 표시되어 있어 혼란스럽다"며 "사용 기간 라벨에 표시된 날짜가 하루라도 지나면 멀쩡해 보여도 무조건 버리고 있는데 솔직히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연방정부가 한인 박씨처럼 소비자들의 혼란을 줄이고 사용 가능한 식품이 폐기되는 낭비를 개선하기 위해 식품 기한을 표기하는 라벨 표준화 작업에 착수했다. 식품 라벨 표준화에 대해 연방정부가 표준안을 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앞서 캘리포니아주에서 제정된 식품 라벨 표준화법(AB660)이 연방정부의 표준안 제정에 기준 모델이자 동력이 될 전망이다.
11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연방 식품의약청(FDA)를 비롯해 관련 기관 4곳이 합동으로 식품 라벨에 대한 연방정부 표준안 마련 작업에 나섰다. 사전 작업으로 이들 연방 합동 기관들은 주요 식품업체들에게 식품 라벨 운영 실태와 함께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한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식품 라벨에 대한 선호도와 식품 폐기 현황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또한 내년 2월3일까지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작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연방정부가 식품 라벨 표준화 작업에 속도를 내는 데는 식품 라벨을 업체별 자율로 맡겨놓다 보니 50여가지로 다양해 소비자들에게 혼선을 주고 있는 현실이 반영되어 있다. 통일되지 않다 보니 각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식품의 양이 크게 늘면서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해 버려지는 식품은 연 1000~2000달러에 달한다.
연방정부가 식품 라벨 표준화에 나선 또 다른 동인은 가주다. 가주에는 개빈 뉴섬 주지사가 최종 서명해 오는 2026년 7월부터 식품 라벨 표준화법인 AB660이 있다. AB660에 따르면 가주에선 판매 기한(sell by)을 표기한 라벨을 사용할 수 없다. 대신 릫최상의 사용 기한(best if used by)이나 릮사용 기한릫(use by)이 표시된 라벨만을 사용할 수 있다. 작은 포장 제품이라면 best if used by 대신 BB, use by 대신 UB로 표기된 라벨이 사용된다.
현재 전국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식품 라벨에는 50여개가 넘는 다양한 사용 기한을 표기하는 방식이 존재하고 있다. 이중 사용 기한(use by)은 식품의 사용 기한을 표기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식이다. 최상의 사용 기한(best if used by)의 경우 식품의 신선도가 최고로 유지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이에 반해 판매 기한(sell by)은 식품의 신선도와 관계없이 판매자의 유통 및 보관 기한을 의미해 재고 관리를 위한 식품 라벨 표기 방식이다.
연방정부의 식품 라벨 표준에 대한 최종안이 나와 법제화될 경우 가주의 AB660법안이 법 적용 모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식품의 신선도를 기준으로 식품 라벨에 명기하는 방식인 가주 AB660법안이 소비자 위주의 표기 방식이란 점에서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