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매체 분석…드론 앞 참변에 벌판 대신 숲 이용 준비

"러, 기갑·포 지원않고 우크라 방어 소모하려 북한군 육탄전 지휘"

러시아 쿠르스크의 눈 덮인 개활지에서 보병 돌격을 감행하다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에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북한군이 방향을 바꿔 숲을 활용한 진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숲이 끝나면 다시 탁 트인 평지가 펼쳐지는 지형인 데다, 장갑차나 포병 지원 없는 보병 진격이라는 전술 골격은 그대로라 인명 피해만 거듭 불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매체 유로마이단프레스는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지휘관들이 북한군 '인간 파상공세'의 방향을 다른 요충지로 돌렸다"고 보도했다.

분석에 따르면 쿠르스크에서 러시아와 북한군의 기존 공격은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북동쪽으로 13.5㎞ 지점의 말라야 로크냐 마을을 향해 서쪽에서 침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상당한 전력을 투입했음에도 말라야 로크냐에 진입하지 못한 채 막대한 병력을 잃었다.

특히 북한군이 개활지라는 생소한 전장 환경과 드론이라는 낯선 무기에 적응하지 못한 것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우크라이나군이 잇따라 공개한 영상에서는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북한군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담겼다.

미군 당국자는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의 사상자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군 사망자가 최소 100여명이고, 부상자는 1천여명에 달할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이에 러시아군이 말라야 로크냐의 동쪽으로 눈을 돌렸다는 것이 유로마이단프레스의 설명이다.

새 타깃이 된 곳은 말라야 로크냐의 동쪽 외곽에 위치한 루스코예 포레치노예, 체르카스코예 포레치노예 등 마을이다.

이곳을 교두보로 삼아 더 남쪽으로 진출함으로써 말라야 로크냐로 향하는 보급선을 끊고 우크라이나 주둔군을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새 목표가 된 두 마을은 북쪽으로 숲이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북한군을 활용하는 데 지리적인 이점이 있다.

우거진 숲을 가림막으로 활용해 포대와 드론의 감시로부터 벗어나 병력을 집중시킴으로써 우크라이나의 방어 병력을 '머릿수'에서 압도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숲의 앞으로 들판이 펼쳐져 있다는 점에서 북한군은 똑같은 장애물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유로마이단프레스는 내다봤다.

이 매체는 "러시아의 지휘관들은 지난 며칠간 우크라이나의 포격과 드론 공격에 순수 보병 진격으로 맞서다가 발생한 대대적인 손실을 지켜보고도 여전히 북한군에 대한 장갑차나 포병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오직 북한군을 순수한 '인해전술'로만 활용해 우크라이나의 방어력을 소모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몇 주간의 훈련밖에 받지 못해 현대전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북한군이 들판에서 러시아군처럼 소규모로 쪼개져 이동하지 않고 대규모 부대 단위로 뭉쳐 다니다가 우크라이나 포대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숲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다면 우크라이나군은 방어 전력을 확충해 다음 공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이고, 결국 더욱 재앙적인 피해를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