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한 뒤 상승 3분과 착륙 전 8분,'魔의 11분'

[뉴스분석]

지난 10년간 국적기 사고의 43% 차지
최대한 힘쏟는 이륙할 때도 사고 잦아
사고·준사고 원인 과반은'조종사 과실'

179명이 숨진 제주항공 여객기의 전남 무안국제공항 비극은 한국에서 일어난 항공기 사고 중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역대 최악의 대참사로 기록됐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첫 대형 사고인 이번 참사는 11년 만의 국적 항공기 사망 사고이자, 국내외에서 발생한 역대 국적기 사건·사고 가운데에서도 세 번째로 많은 사망자 규모를 보였다.
30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제주항공 7C2216편의 탑승객은 승무원 6명을 포함해 총 181명으로 생존자 2명을 제외한 사망자 시신 179구를 모두 수습한 상태다.
최근 10년간 일어난 국적기 사고를 보면 착륙 단계에서 발생한 사고가 가장 많았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항공기 사고의 43.1%가 착륙 단계에서 발생, 순항이나 접근단계, 또 지상활주단계, 이륙시와 비교해 사고 발생이 훨씬 많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착륙 8분 전에는 비행기 출력을 비행 능력 이하로 떨어뜨리기 때문에 위기 상황이 갑작스럽게 발생하더라도 기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 사고가 잦다.
항공기를 하강해 착륙하는 단계는 조종사가 항공기의 속도와 고도를 정밀하게 조정해야 하므로 운항 과정 중에서도 까다로운 과정으로 꼽힌다.
이륙할 때 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것도 마찬가지다. 항공기는 이륙할 때 최대한 힘을 내야 하므로 이륙 후 5분 이내에 기체결함이나 위험 상황을 발견하더라도 운항을 중단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항공기가 이륙한 뒤 상승하는 3분과 착륙 전 8분은 '마의 11분(Critical 11 minutes)'으로 불릴 정도다.
실제로 66명이 사망한 1993년 7월 아시아나 여객기 사고 역시 목포 공항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220여 명이 목숨을 잃었던 1997년 8월 대한항공 여객기 참사도 괌 공항에 착륙하던 중에 발생했다.
1999년 4월 대한항공의 중국 상하이공항 추락사고는 이륙 직후 발생했다. 이 사고로 8명이 사망하고 41명이 부상당했다.
2013년 아시아나 여객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 착륙 과정에서 활주로를 벗어나면서 3명이 숨졌다.
한편 비행기 사고 원인의 과반은 조종사 과실로 집계됐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펴낸 '항공·철도사고 사례집'을 보면 2013∼2022년 발생한 '비행기'사고·준사고 65건 가운데 52.3%(34건)는 '조종사 과실'이 사고 원인이었다. 이어 부품결함과 난기류가 각 6.2%였고, 시설관리(4.6%), 엔진 결함(3.1%)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