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값 평균 7달러, 37%나 급등해
조류독감에 1억3천만마리 살처분
업계, "회복까지 최소 6개월 소요돼"
소비자와 자영업자, 계란값 고통지속
정기적으로 코스트코 로스 펠리스 매장을 찾는 한인 워킹맘 이모씨는 1주일 전 방문해선 계란 가격을 보고 감짝 놀랐다고 했다. 이씨는 "코스트코 계란 가격은 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오른 가격 표를 보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다. 가격만 오른 게 아니었다. 계란 종류도 1가지로 줄어 계란 매대가 예전에 비해 비어 보였다. 이씨는 "평소 구매했던 올개닉 계란을 매대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며 "계란 매대를 찾은 고객들 사이에서 릫오 마이 갓릮이란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고 회상했다. 계란 가격에 놀라는 것은 한인 그로서리 마켓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한인타운의 한 마켓 관계자는 "일부 계란 가격이 12개 기준으로 12~13달러까지 올라 있는 상황"이라며 "벤더들에 따르면 계란 가격이 예전 가격으로 안정되려면 수 개월이 걸릴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날개 달린 듯 치솟고 있는 계란 가격의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조류독감 확산으로 산란계가 대거 살처분된 여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여기에 계란 품귀 현상까지 더해지면서 계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가격 안정화까지 6개월 이상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계란 가격 상승세는 한동한 지속될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관련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24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계란 가격의 급등세가 품귀 현상까지 겹치면서 더 악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수산물 시장조사업체인 엑스파나에 따르면 전국 계란 가격은 12개를 기준으로 평균 7달러로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 가을 2.25달러에 비해 무려 5달러 가까이 급등한 가격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계란 가격은 37%나 올랐다.
계란 가격의 급등세 배경에는 조류 독감 확산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22년 발생한 조류 독감으로 지금까지 모두 1억3600만 마리의 닭들이 살처분됐다. 조류 독감의 확산세는 지금도 여전해 이로 인해 계란을 생산하는 산란계 중 10%에 해당하는 3000여 만 마리의 산란계들이 최근 3개월 동안 사라졌다.
문제는 계란 가격이 예전의 가격으로 되돌아 오는 데까지 갈길이 멀다는 데 있다. 계란 가격의 안정화를 위해 소비자 1명당 닭 1마리를 기준으로 3억1800만 마리의 산란계가 필요하다. 평상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이란 게 관련업계의 전망이다.
계란 가격의 급등세로 고통을 받는 것은 소비자뿐 아니라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도 직격탄이 되고 있다. 빵과 음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한 한인 자영업자는 "계란을 공급하는 벤더의 납품 단가가 12개짜에 7.86달러여서 거래를 끊었다"며 "샘스클럽이나 코스트코를 수시로 방문해 좀 더 싼 계란을 찾는 수고를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계 농가도 고통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살처분한 양계농가에 대한 연방정부의 지원이 지연되면서 보상금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