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조만간 통화 전망…돌파구 마련 가능성

양측 모두 '파괴적 대응' 피해…'약속대련' 관측 속 협상 시사

"中 큰 양보 않는 한 트럼프 멈추지 않을 것" 비관론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실행에 옮기고 중국도 전방위 카운터펀치를 날리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만간 통화할 예정인 가운데 극적 타결이냐 확전이냐의 갈림길에 선 것이다.

두 경제 대국 간 무역 전쟁은 세계 경제 성장률까지 끌어 내릴 수 있는 만큼 전 세계가 숨죽이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 "미중 모두 절제된 조치"…톱다운 방식 해결 기대

미국과 중국이 극적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는 양국이 호기롭게 관세전쟁의 포문을 열었지만 내용은 상당히 절제돼 있다는 분석에 뿌리를 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 추가 관세를 강행했지만, 그동안 공언해온 60% 관세에는 크게 못 미친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 부과 몇 분 뒤, 중국 공영방송이 '컴비네이션 펀치'(組合拳)라 칭할 정도로 다수의 보복 조치를 꺼내 들었지만, 미국에 주는 실질적 타격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중국이 1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미국산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는 중국 전체 수입량의 각각 1%와 3%에 불과하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이어 이번에는 구글을 타깃으로 삼았는데, 구글은 중국 내에서 광고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관련 사업을 제외하고 검색 엔진 등 핵심사업은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서 미미한 양의 몰리브덴을 수입하는 등 중국의 광물 수출통제 조치도 심각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중국의 관세 부과 대상에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미중 무역 분쟁의 중심이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상징성이 큰 농산물인 대두는 빠졌다.

홍콩시립대 법학대학원 줄리앙 샤이스 국제경제법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핵심적 미국 공급망 등에 대한 제한 같은 한층 파괴적인 대응 조치는 피했다"면서 "이는 대립보다는 협상을 우선시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관세 부과 시점을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로 잡은 것 역시 협상 여지를 열어둔 것으로 평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에 "괜찮다"(that's fine)고 말한 것을 보면 양국이 '약속 대련'을 한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불러일으킨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통화 의지를 밝힌 만큼 미중 정상이 소통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이 불러온 물가 상승, 시 주석은 그렇지 않아도 휘청이는 자국 경제에 대한 타격을 각각 우려하는 상황이라 타협점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수 있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의 관세 10% 인상으로 중국의 대미 수출 증가율이 12%포인트, 전 세계 대상 수출 증가율이 1.8%포인트 하락하고,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환거래·결제 플랫폼 기업 콘베라에서 일하는 싱가포르의 거시경제 전략가 시어 리 림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의 보복 조치로 2025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은 0.8∼1.0%포인트 둔화할 수 있는 반면, 중국은 2018년 이후 이뤄진 무역 다각화를 반영해 0.4%포인트 더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까지 나서 미국과 중국, 캐나다, 멕시코가 다툼을 해결해 글로벌 무역 흐름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4일(미국 동부시간) 나스닥(NASDAQ)이 1.35% 오르는 등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미중 정상 간 협상 기대감에 동반 강세로 마감했다.

◇ 무역전쟁 배경엔 패권 경쟁…비관론도 적지 않아

하지만, 미중 정상이 '톱다운(하향식) 방식'을 통해 합의 조건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 주석과 통화 관련 언급이 계속 바뀌고 있는 점은 이를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오후 시 주석과 "아마 24시간 내로 대화할 것"이라고 했는데, 10% 관세 발효 이후 백악관은 이번 주 후반 통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일에는 시 주석과 통화를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적절할 때 이뤄질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 부과의 이유 중 하나로 지목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문제에서도 "중국이 펜타닐 (원료)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미국), "미국 펜타닐 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 그 자체에 있다"(중국)며 큰 견해차를 보인다.

한편, 중국 관영 매체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항전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중앙TV(CCTV) 아나운서는 미국 관세 부과 소식을 전하면서 "미국은 상대를 잘못 골랐고 잘못된 계산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양국이 접점을 찾더라도 무역전쟁 우려 해소까지는 첩첩산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틱톡(TikTok) 매각을 관세와 연계한 점이 걸림돌 중 하나다.

취임 첫날 틱톡 금지법 시행을 75일간 유예하면서 틱톡 매각이 불발되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부처에 미국이 무역 과정에서 손해 보는 부분이 있는지 검토하라는 지시 내리면서 보고서 제출 기한을 4월 1일로 잡았다.

무역 전쟁 배경에 양국 글로벌 패권 전쟁이 자리하고 있는 점 역시 비관론에 불을 지핀다.

노무라증권의 마쓰자와 나카 최고 매크로 전략가는 로이터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경제적, 정치적 라이벌이기 때문에 (멕시코·캐나다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며 "(중국을) 공급망에서 차단하거나 경제적으로 이기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핵심 의제 중 하나이므로 중국이 경제적으로 큰 양보를 하지 않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를 중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anfou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