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삼성, 현대·기아차…美서 쌩쌩 쾌속 한국 기업들

[뉴스분석]

북미 진출 100개사 매출 20%·의존도 28% '쑥' 
트럼프 강행시 "가격 경쟁력▲·수요 둔화 우려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 한국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20%가량 증가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본격화할 경우 올해 우리나라 기업들의 실적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북미에서 매출이 급격히 증가한 반도체를 포함한 정보기술(IT)·전기전자, 제약·바이오 분야 기업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 경쟁력을 잃어 수요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지난해 3분기 보고서를 제출하고 북미 지역 매출을 별도 공시한 100개사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작년(1∼3분기) 북미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9.5% 증가한 313조5천23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북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에서 28.1%로 2.9%포인트 상승하며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IT·전기전자 분야 매출 증가가 가장 두드러졌다. 이 업종에서 지역별 매출을 공시한 12개 기업의 북미 실적은 2023년 3분기~4분기 증가율이 42.7%을 기록,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증가율(26.1%)보다 약 두 배 높은 수준이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 중인 SK하이닉스의 매출 성장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SK하이닉스의 2023년 3분기 누적 미국 매출액은 9조7천357억원(전체 매출의 45.4%)이었으나 2024년 3분기에는 27조3천58억원(전체 매출의 58.8%)으로 증가하며 3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미주 지역 매출이 24.0% 증가했고, 전력 수요 증가로 효성중공업과 LS일렉트릭의 북미 매출도 각각 57.3%, 12.3% 늘었다.
자동차 업종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지난해(1∼3분기) 북미에서 57조3천826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한 수치다. 기아도 같은 기간 매출이 12% 상승했다.
무엇보다 업계에선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글로벌 무역 난타전'으로 흐르게 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미국이 양자 자유무역협정(FTA)이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이미 트럼프는 중국에 10% 추가 관세 포문을 열고, 유럽연합(EU)을 타깃으로 한 '상호 관세' 부과 구상을 공개했다. 아울러 전세계를 상대로'철강·알루미늄 25% 추가 관세'를 예고한 만큼 한구 기업들도 가시권에 들었다는 분석이다. 만일 IT·전기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으로도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북미 매출이 높은 한국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