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2%만 내려도 손해" 반발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관세 전쟁으로 인한 제품 가격 상승을 피하기 위해 일부 중국 공급업체들에 제품 공급 가격을 대폭 낮추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 월마트가 주방용품과 의류 분야를 비롯한 중국의 일부 공급업체들에 가격을 단계별로 최대 10%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마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1차로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을 때 가격 인하 요구를 했고, 이후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율이 20%로 높아지자 공급 가격을 더 낮추도록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관세로 인한 가격 상승분 전체를 제품 공급업체에 떠넘기는 것으로, 공급업체들의 반발을 불러왔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가격 인하 요구 폭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이를 수용한 업체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부터 월마트가 가격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상품을 저렴하게 조달해왔기 때문에 공급업체의 마진이 매우 박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일부 업체는 공급 가격을 2%만 낮춰도 손해를 보게 되며, 또 일부 업체는 이들에게 상품을 공급하는 곳에서도 3% 이상은 가격을 못 내린다고 하는 바람에 일부 자재를 베트남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말했다.

이에 따라 제품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월마트의 이런 움직임은 이미 생활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관세 인상에 따른 부담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지게 될 것이라며 물가 우려를 무시했지만,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인 타깃과 베스트바이는 인접국인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무역전쟁에 휘말리면서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월마트는 중국 공급업체들에 대해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 가격 인하 요청은 대부분 관철됐지만 이번의 가격 인하 요구 폭은 이례적으로 큰 상황이어서 공급업체들이 월마트와의 장기적인 사업관계를 고려해 이를 수용할지 여부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미국 대형 소매업체들도 월마트처럼 가격 인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타깃의 브라이언 코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일 제품 공급업체들과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