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인바움 대통령…블룸버그 "냉철한 스타일이 강점으로 부각"

트뤼도엔 조롱 쏟아내는 트럼프도 셰인바움엔 "존중"

관세 폭탄을 던지며 폭주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다시 한번 유예 조치를 끌어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냉철한 외교가 빛을 발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지난달에도 한 달간 관세 부과 유예를 받아낸 데 이어 이번에도 한시적 면제 조처를 얻어내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2승'을 거뒀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셰인바움 대통령과 통화내용을 전하며 관세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멕시코에 대한 추가 관세 유예가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한 존중의 마음으로 이뤄졌다고까지 언급하면서 그의 '트럼프 접근법'에 관심이 쏠린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지난해 대선 때 상대 진영에서 '얼음여왕'이라는 별명을 붙일 만큼 정치적 약점으로 여겨졌던 셰인바움 대통령의 냉철한 스타일이 미국과의 무역전쟁 국면에서는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계산적이고 기술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예측 불가한 스타일의 트럼프 대통령을 다루는데 오히려 적절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6일 이를 상당 부분 1개월간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SNS에서는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해 "우리 관계는 매우 좋으며 우리는 불법 이민 및 펜타닐의 유입을 중단시키기 위해 국경 문제에 대해 함께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우호적 제스처를 보였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외교 전략은 신중함과 침착함으로 요약된다.

블룸버그는 그가 펜타닐 단속 건수 등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멕시코 내부에서는 미국에 종속되지 않고 자국의 이익을 지키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평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일일이 반응하기보다는 절제된 태도를 유지하면서 미국이 자신을 적대자가 아닌 파트너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고도 짚었다.

과거 셰인바움은 대선 기간 상대 후보를 대하는 전략으로도 "도발에 넘어가지 않는 것"을 꼽았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도 일일이 대응하면서 수사적 싸움에 휘말리기보다는 신중하고 조용하게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셰인바움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도발에 공개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조용히 소통하고 협상할 방법을 찾았다고 분석했다.

멕시코시티의 정치분석가 카를로스 브라보 레히도르는 NYT에 "셰인바움의 전략은 도발에 빠지지 않고 냉정하게 대처하는 것이며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셰인바움 대통령이 국내 유권자들에게는 멕시코가 주권을 우선시하고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을 것임을 상기시키고 있다고도 짚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셰인바움 대통령의 지지율은 75%가 넘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런 셰인바움 대통령에게 지금까지는 상당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면전에서 윽박지르거나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에 대해서는 끔찍하다고 혹평하는 것과도 대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에 대해서도 관세를 유예해주기는 했지만, 트뤼도 총리와의 통화에서는 욕설까지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의 관세 부과에 보복관세로 맞서는 강대강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셰인바움 대통령에 대해서는 '존경'이라는 단어까지 써가며 친밀감을 드러냈다.

블룸버그는 다만 멕시코가 끝까지 관세를 피할 수 있을지 혹은 그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짚었다.

당장은 셰인바움 대통령의 전략이 효과를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보복관세와 미국산 불매운동으로 요약되는 트뤼도 총리의 강대강 전략이 더 유효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또 한달 간격으로 이어지는 미국과의 협상이 투자 측면에서는 불확실성을 높여 외국인 투자와 수출 증대로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멕시코의 광범위한 전략을 위협할 수 있다고도 전망했다.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북미무역 연구원인 디에고 마로킨은 "트럼프의 전략은 멕시코와 캐나다를 조금씩 밀어내면서 최대치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이라며 "투자를 유치하려면 확실성이 필요하고 향후 2주간의 게임의 규칙을 모르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eshi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