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월드컵' 개최국 선정, 거리 청소 명분 ‘잔혹한 학살’ 동물보호협·환경가들 분노
[모로코]
개최국 결정 당시 동물권 보호 약속 불구
확정 이후 변심 대대적 도살, 피파는 방치
세계 곳곳에서 “개최권 박탈” 목소리 높아
스페인, 포르투갈과 함께 '2030 피파(FIFA) 월드컵'개최국에 선정된 모로코가 월드컵이 열리는 2030년까지 총 300만 마리를 목표로 대대적인 유기견 학살에 나서 비난이 일고 있다.
16일 국제동물복지보호연합(IAWPC) 등에 따르면, 모로코는 길거리를 깨끗하게 만든다는 명분으로 2030년까지 길거리 개 총 300만 마리를 도살할 계획이다.
연간 약 30만 마리의 길거리 개를 도살해 온 모로코는 2030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도 이 같은 동물권 유린 문제를 지적받았다. 그러나 동물권 개선과 함께 도살 중단을 피파에 약속한 덕분에 지난해 12월 스페인, 포르투갈과 더불어 월드컵 개최지로 최종 확정됐다.
12월 개최지 확정 회의 며칠 전 피파는 개최 입찰국에 대한 '입찰 평가 보고서'에서 "모로코가 드디어(finally) 동물권을 보호하겠다는 명시적인 약속을 했고, 단순 개체수 조절을 위한 동물 도살을 금지하겠다고 밝혔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앞서 2019년 모로코 왕인 모하메드 6세도 300만 마리에 이르는 길거리 개를 도살하지 않고 중성화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 같은 약속으로 월드컵 개최를 허가받은 모로코는 그러나 개최지 확정 이후 오히려 도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월드컵 전까지 사실상 모든 길거리 개를 '청소'하겠다는 것이다.
개들을 총으로 쏘거나 독이 묻은 막대기로 찌르는 방식 등으로 대규모 도살이 이뤄지고 있다. 보호소에 가둔 뒤 굶겨 죽이거나 서로 잡아먹도록 유도하거나, 독극물을 직접 먹이기도 한다.
모로코 국내법은 길거리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모로코 정부는 월드컵 개최를 위해 대규모 학살을 묵인하고 있다.
피파도 IAWPC 등의 증거 제시에 이 같은 학살을 사실로서 인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학살을 멈춰달라는 동물단체들의 요구에는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IAWPC는 "피파든 공동 개최국인 스페인, 포르투갈이든 이 같은 불법적인 행태를 알고도 묵인한다면 범죄를 방조하는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AWPC는 세계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모로코의 월드컵 개최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