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세상


  
생후 4개월 만에 프랑스 입양간 장성탄씨, 치명적 유전병에 걸려 생사기로
평균 생존 기간 겨우 18개월, 병원측 "치료위해 친생부모 DNA 샘플 필요"
한 아동권리보장원 '입양특례법' 저촉 이유 친생부모 인적 정보 제공 거부 
아내 "부모 살아있는지 만이라도 알기원해, 자녀들도 유전병 가능성 존재"

  
  
1987년 갓난아기 상태에서 프랑스로 입양 가서 어른이 됐지만 이제는 유전병으로 생명이 위험한 장성탄 씨의 사연이 딱하기만 하다. 
다음은 프랑스인인 장 씨의 부인이 한국으로 보내온 편지내용이다.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NCRC)은 내 남편의 친생부 이름, 성, 나이 또는 생년월일만 알고 있을 뿐, 주민등록번호는 알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이 정보만으로는 친생부를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병은 유전병이어서 남편이 유전자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친생부 또는 친생모 쪽에 이 병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야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되는 임상 시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이 병은 치료제가 없지만 임상 시험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고 수명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저는 남편의 친생모가 이미 새로운 삶을 살고 계실 것이라는 점을 이해합니다. 그녀의 삶을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는 친생부모님이 제 남편의 존재를 밝히고 싶지 않다는 것도 존중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병이 친생부 또는 친생모의 가족력에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남편을 잃게 될 것입니다. 저는 작년 8월부터 저는 매일 울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끔찍한 병을 알게 된 이후로 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남편을 구할 수 없겠지만 그가 좀 더 적은 고통 속에서 품위 있게 조금 더 오랫동안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남편은 어릴 때 버려졌습니다. 한국 입양인으로서 자기 뿌리를 모른 채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그 치명적인 유전병까지 갖고 태어났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하는 그의 심정을 생각해보십시요.

대표님, 아마 우리는 서울에 갈 수 없을 것입니다. 남편은 점점 기력이 떨어지고 있으며 어린 두 아이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친생부 살아 있는지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요?. 도와주실 수 있나요?."
  
로리안 시몬(41)이라는 프랑스 여성의 남편 마티유 성탄 푸코(38. 한국이름 장성탄)씨는 1986년 12월 한국 익산시(당시 이리시)에서 태어났고. 4개월 만에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프랑스로 입양됐다.

장씨는 치명적 불면증(FFI, Fatal Familial Insomnia)에 걸린 것으로 보이며, 생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인은 이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남편 친생부모의 유전자 검사 결과가 필요하다고 하소연한다. 

병원 측은 장씨 친생부모의 DNA 유전자 샘플이 있으면 검사 결과에 따라 특별 유전병으로 등록해서 의료적 지원과 경제적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한국의 아동권리보장원은 입양특례법상 친생부모의 동의 없이는 친생부모의 인적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한다. 인적정보는 전화번호, 주소지 등을 말한다.

치명적 불면증은 매우 희귀한 질환이다. 치료가 불가능하기에 증상 완화와 환자를 편안하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한다. 생존 기간은 7개월∼6년 정도이며 평균 생존 기간은 18개월이라고 한다. 환자는 본인이 죽어가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상당히 고통스러운 질병으로 분류된다. 더욱이 자녀들도 이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 조기 진단 및 예방이 필요하다.

"국가가 주도해서 어린아이들을 해외로 입양 보냈고 그들이 죽음에 직면했다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배진시 몽테뉴해외입양연대(MOAA) 대표는 "아이들 살린다고 국가가 해외로 입양 보냈는데, 지금 그 아이가 성장해서 죽어가고 있다"면서 "국가가 이걸 방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등 모두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성탄씨는 
석공과 목수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며, 프랑스의 문화재 복원 작업에 참여했다. 부인 로리안은 프랑스인으로 상업과 경영학을 전공했고, 피아노 음악원 교육과 의료 분야의 교육도 받았다.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남편을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3세난 딸과 1세 아들 등 두 자녀를 두고 있으며 현재 온가족이 로리안의 친정집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