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마일리지 제휴처 감소·동맹체 변경 등 문제 삼아

전환 비율 근거 추가 설명 요구…대한항공, 9월까지 승인 마무리 방침

대한항공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아시아나항공과의 마일리지 통합안이 12일 보완 요청을 받으면서 순조로웠던 양사 합병 절차가 예상 밖 걸림돌을 만난 모습이다.

마일리지 통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에 있어 소비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로,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포함한 약관 변경 마감인 오는 9월 이전에는 수정된 통합안으로 공정위 승인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공정위에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으나 공정위는 이를 정식 심사하는 대신 즉시 보완을 요청했다.

앞서 공정위는 아시아나가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한 지 6개월이 되는 이날까지 마일리지 통합 비율과 전환 계획 등을 담은 통합안을 제출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공정위는 보완 요청 사유와 관련해선 "(통합안의)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가 제공하던 것과 비교해 부족한 부분이 있고, 마일리지 통합 비율과 관련한 구체적인 설명 등에 있어 공정위가 심사를 개시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공정위와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통합 비율 등이 담긴 통합안의 내용을 극비에 부치며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공정위가 이날 "마일리지 통합안이 국민적 관심 사항인 만큼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고려하면 대한항공이 제출한 통합안이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합병을 앞두고 항공 티켓 구매 외 별도로 마일리지를 적립·사용할 수 있는 제휴처를 줄인 것이 이러한 해석에 가장 큰 힘을 싣고 있다.

공정위는 2022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며 각 사 마일리지 제도를 합병 이전인 2019년 말 기준보다 불리하게 바꿔서는 안 된다는 시정조치를 부과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달 와이키키 리조트와의 마일리지 사용·적립 제휴를 종료했고, 지난 3월에는 에티하드항공과의 마일리지 제휴도 중단했다

앞서 지난해에는 서울 신라호텔, 메리어트 등과도 제휴 서비스를 종료했다.

아시아나는 지난해부터 CGV와 에버랜드, 모두투어, 이마트 등과 마일리지 제휴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밖에도 공정위는 아시아나가 대한항공과 합쳐지며 세계 항공 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에서 탈퇴할 경우 소비자들의 항공권 선택폭이 줄어든다는 점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아시아나가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와 대한항공이 소속된 스카이팀은 각각 25개, 18개 회원사가 속해 있다.

고객들은 보유한 마일리지를 각 항공이 속한 동맹체의 다른 항공사 티켓 구매에 사용할 수 있지만 아시아나가 스타얼라이언스에서 빠지게 되면 다른 24개 항공사의 티켓 구매에 아시아나 마일리지를 활용할 수 없게 된다.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제시한 전환 비율에 대한 설명 부족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이 제출한 마일리지 통합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탑승 마일리지는 1대 1, 제휴 마일리지는 그보다 낮은 비율로 비율을 산정한 것으로 추정한다. 이와 관련해선 1대 0.7 비율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용 금액에 따라 항공사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한 신용카드의 경우 대한항공은 1천500원당 1마일이, 아시아나는 1천원당 1마일이 적립되는 것이 이를 보여준다.

대한항공은 공정위의 보완 요구에 따라 내부적으로 작업에 착수해 새 통합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통합안 마련의 첫발을 떼게 됐다는 의미가 있으며, 항공 소비자의 기대에 부합하는 통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경청하는 자세로 향후 과정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합리적인 보완 방안 마련에 서둘러 2027년 1월을 목표로 추진 중인 통합 항공사 출범 일정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스카이패스 회원 약관에 따르면 약관 변경은 3개월의 사전고지 기간에 유예기간 12개월 등 총 15개월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절차에 따른다면 늦어도 오는 9월까지는 공정위의 승인 절차가 마무리돼야 한다는 의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마일리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 과정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사안인 만큼 소비자들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