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국무부 매뉴얼상 B-1 비자로 장비 설치·시운전 가능
기관마다 해석 달라 혼란…명확한 공식 해석·가이드라인 필요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단속에 의한 한국인 노동자 체포·구금 사태와 관련해 미국 출장 및 비자 규정에 대한 현장의 혼선이 커지는 가운데, 재계가 정부 측에 B-1 비자 등의 규정 명확화를 요구했다.
B-1 비자를 소지하면 현지 장비 설치 및 시운전이 합법적으로 가능한데도, 이번 단속 대상에 포함돼 정상적인 해외 업무 수행에 차질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전날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대미투자기업 간담회에서 "B-1 비자를 취득한 출장자와 장비 협력사 임직원들이 B-1 비자 본래 목적에 따라 비즈니스 미팅은 물론, 장비 설치나 현지 직원 교육 등을 수행할 때 단속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며 미국 정부와의 비자 규정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청했다.
B-1 비자는 기업들이 미국 내 출장에 주로 활용되는 대표적 비자 유형이다.
미 국무부의 외교업무매뉴얼(FAM)에 따르면, B-1 비자 소지자는 해외에서 제작·구매한 장비를 미국 현장에서 설치·시운전하거나, 현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수행할 수 있다.
미국 내 고용주에 고용돼 생산라인에 투입되거나 건설 현장에서 직접 노동에 참여하는 것은 불법이지만, 현지에서 건설 현장 근로자를 감독하고 교육하는 업무 수행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번 미국 조지아주 이민 단속 체포 대상에 B-1 비자 소지자가 포함된 것을 두고 혼란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ESTA 체류 신분으로 입국한 후 근로에 투입된 건 불법이 맞지만, B-1 비자로는 장비 설치·유지보수·수리도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며 "그러나 이번 체포 사태 이후 B-1 비자의 허용 범위에 논란이 생기면서 내부에서도 고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비자 허용 범위 규정이 모호하다기보다는, 이민·보안·외교 등 미국 내 각 기관 간 지침 해석과 집행이 제각각인 점이 문제로 꼽힌다.
미 국무부는 FAM 등을 통해 B-1 비자의 출장 근무 취지를 명확히 하고 있으나 실제 단속 또는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산하 HSI(국토안보수사국)·ICE(이민세관단속국)·CBP(세관국경보호국) 등은 같은 B-1 비자에 대해 보다 엄격한 '근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현장 혼선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나 경제단체가 미 정부에 B-1 비자의 허용 범위 등에 대한 명확한 공식 해석 및 가이드라인 마련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실제 현장에서 허용되는 활동 범위에 대해 일관된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단속으로 인한 현장 혼선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보다 긴밀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jakm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