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취업 때 인도·중국 우대하면서 혈맹 한국은 차별

미국 공장건설 압박하면서 한국 직원들 불체자 구속

美, 일본에 조선 넘기고 6·25 직전 한국 방위 포기

대미 사대주의 약해져… "한미관계 변화 직시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한국은 미국을 두고 '혈맹'으로 부른다. 6·25 전쟁에서 자유대한민국을 도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비약적 경제발전의 토대를 제공해줬다는 강력한 믿음에서 출발한다. 혈맹은 신앙과도 같은 말이지만, 실상을 보면 그렇지 않다. 군사적 측면을 제외하면 한미는 경쟁 관계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혈맹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취업비자(H-1B) 제도다. 모든 국적자가 매년 8만5천개의 신규 H-1B 비자 추첨에 참여하지만, 실제 당첨자는 미리 정해져 있다.

인도인이 전체 쿼터 수의 70%, 중국인이 10%가량을 배정받기 때문이다. 한국인 배정 비율은 고작 1%다. 게다가 같은 FTA 체결국인 싱가포르와 칠레보다 훨씬 낮다. 명색이 혈맹인데 이래도 되나 하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 한국은 FTA 체결 이후 미국 정부와 의회에 줄곧 취업비자 확대를 호소했지만, 매몰차게 거절당했다. 이공계 대학생 비율이 세계 최고인 한국에 특혜를 주면 전문직 업종의 장벽이 무너지며 고용시장이 황폐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인도와 중국에도 같은 잣대를 보여야 하지만, 두 나라엔 예외를 유지한다. 미국 IT 업계의 인력 수요와 실리콘밸리를 장악한 인도, 중국계의 네트워크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 미국 이민단속국의 조지아주 현대차·LG 직원 구금 사태로, 혈맹에 가려졌던 불평등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을 착취한 대가를 지불하라'는 트럼프의 요구에 못 이겨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주기로 하고 황무지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돌아온 건 쇠사슬에 묶여 불법체류자 수용 감옥으로 끌려가는 한국 근로자들의 처참한 모습이다. 그야말로 '퍼주고 뺨 맞은' 격이다.

◇ 돌이켜보면 미국의 태도는 과거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1905년 가쓰라-태프트 밀약에서 미국은 필리핀 식민지배를 인정받는 대신 조선의 주권을 일본에 넘겼다. 1950년 애치슨 선언에서는 아시아 방위선에서 한국을 제외해 북한의 남침을 불렀다.

1980년 미국은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 학살과 집권을 묵인하면서 박정희가 극비리에 만든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무산시킨 것으로 역사는 전하고 있다.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르며 김정은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여전히 혈맹 프레임에 갇혀있는 우리 외교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상호 신뢰와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한미동맹이 단단하게 유지되기 어렵다는 걸 직시하고 분명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 미국에 마음의 빚과 사대주의적 사고를 가진 개도국 세대가 사라지고 미국을 있는 그대로의 미국으로 보는 선진국 세대가 사회의 중심에 서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국가가 서로의 이익과 목적을 위해 함께 행동하기로 맹세한 관계'라는 '동맹'의 정의에 부합하는 행동을 지향해야 한다. 동맹은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