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대적 '쇠사슬 체포'→트럼프의 '석방후 美잔류 권유'로 사태 급반전
트럼프 재임중 불이익 없더라도 그이후까지 문제없을지는 속단 어려워
근로자별 구체적 사례는 추후 논의…한미, 비자 개선 실무협의도 착수
미국 조지아주에서 이민 당국에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이 11일(현지시간) 석방돼 귀국길에 오르면서, 이들이 미국 재입국 등과 관련해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관심을 모은다.
단속 대상이 된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본사 및 협력업체 직원 등 316명은 이날 애틀랜타발 한국행 전세기를 통해 귀국길에 오르게 됐다.
이들의 출국 형태는 미 이민법상 '자진 출국'(Voluntary Departure)이다. 최악의 상황인 '추방 명령'(Deportation Order)은 피한 것이다.
자진 출국하는 한국 근로자 중 일부는 이번 단속으로 중단된 공장 건설 등을 재개하기 위해 미국 재입국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때 입국에 제한받을지를 놓고 한미 외교당국은 전날까지 협상을 벌였다.
협상 결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백악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만나 이들의 미국 재입국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루비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답했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보증 아래 한국 근로자들의 미국 재입국에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근로자들의 석방을 잠시 보류하면서 그 이유로 '숙련된 한국 인력'이 귀국하지 말고 미국에서 계속 일하면서 현지 인력을 교육·훈련시키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특파원 대상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국민이 한국에 돌아가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불이익이 없게 해주겠다는 것과 (의미가) 같다고 저희는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진 출국에도 자신의 불법 체류 사실을 인정하는 조건을 달고 있지만, 이번에는 특수한 경우로 간주돼 이같은 '인정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의 엄격한 비자·이민 정책을 고려하면 미국 재입국에서 불이익이 없다고 100% 장담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은 문제가 없을지라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가 끝난 뒤에까지 일체의 불이익이 없을지는 속단키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올 수 있다.
미 법무부의 '자진 출국 안내서'에는 "자진 출국을 선택한다면 훨씬 더 빨리(much sooner) 미국에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may be able to return)"고 애매하게 표현돼 있다.
이번에 출국하는 한국 근로자들도 단속 당시 '불법 체류자'로 분류돼 감금됐고, 이들의 출국 절차도 어디까지나 정상적인 출국이 아닌 사실상의 강제 출국이다.
특히 비자면제프로그램(ESTA)이나 단기 여행·출장비자로 들어온 근로자도 재입국이 가능할지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구체적 사례에 대해서는 추가로 협의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해석의 여지가 많고 절차적으로도 복잡·불편한 한국 기업 근로자들의 미국 입국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비자 발급 개선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했다.
HL-GA뿐 아니라 한국 기업들이 이미 미국에 짓고 있는 생산시설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고, 추후 유사한 사례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인 대미 투자도 순조로울 수 있다는 데 양측이 공감한 결과다.
앞서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민 정책 총괄인 국토안보부와 투자 유치 담당인 상무부가 공동 대응하고 있다고 지난 9일 밝혔다.
결국 300명 넘는 한국인이 거액의 대미 투자시설을 조성하던 중 집단 체포·구금된 초유의 사태를 '전화위복'의 사례로 만들 수 있을지 여부는 앞으로 진행될 양국 정부 당국간 협의의 속도와 밀도를 지켜봐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