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작입니다. 헷갈려 할 시간이 아닙니다. 한인들 사이에서도 이 사건이 아시안 증오범죄이냐 아니냐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명백한 증오범죄입니다. 애틀란타 총격사건. 8명의 피해자 중 6명이 아시안 여성, 그중 한인이 무려 4명에 달했습니다. 이 사건의 피해자가 타인종 커뮤니티였다면 경찰 공보관이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공식석상에 나와 “용의자가 좋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있었을까요?
저 또한 아시안 비하 발언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초,중, 고등, 대학교, 대학원까지 미국과 영국에서 마쳤습니다. 단 한 번도 아시안 증오 범죄에 대한 불안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아내와 LA 인근 브레아 몰을 거닐 던 중 난생 처음으로 '아시안 비하 발언'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남미계 여성이 저에게 "중국으로 돌아가!"라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정말 멍해졌습니다.
미디어에서 수도 없이 목격한 사건임에도, 또 저는 영어로 충분히 반박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당황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이내 자리를 피했습니다. 영어가 전혀 부족하지 않은 저조차도 이랬습니다. 우리 한인들을 비롯한 아시안들은 지금까지 묵인하고 넘어가는 분위기에 익숙했고 또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릅니다.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또한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할 때입니다. 캘리포니아 주 의회에서는 아시안 증오범죄만 접수하는 핫라인 구축 법안 (AB 557)이 상정됐습니다. 또 피해를 입은 아시안들은 위해 정신건강 비영리 단체들에서 무료 상담 또는 보상금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AB 886)이 추진 중입니다.
연방 의회에서도 여러 법안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로컬과 주, 또 연방에 보고되는 증오 범죄 담당 법무부 직원을 배치하고 다양한 언어로 증오 범죄 관련 신고 시스템을 구축하는 법안(Covid-19 Hate Crimes Act)이 상정됐습니다. 증오범죄로 기소된 피고인은 가해 커뮤니티에 대한 교육과 봉사를 의무화하는 법안(No Hate Act ) 등도 제시된 상태입니다. 그 외에도 매우 많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할 일은 분명합니다.
이제 더 이상 소극적인 자세로 대처하기보단 강력히 목소리를 내고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로컬 정부와 연방 정부에 상정된 다양한 법안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지하는 것은 기본입니다. 또 저부터 실천을 해야겠지만 인종 차별 또는 아시안 혐오 피해를 당한 경우 크고 작고를 떠나 적극적으로 용기를 갖고 신고하는 것입니다. 한국어로 증오 범죄 관련 피해를 신고할 수 있는 창구는 다양합니다. 'stopaapihate.org'에서도 신고가 가능하며 LA카운티 주민인 경우 211으로 전화하시면 됩니다.
아시안 증오 범죄에 반발하는 시위와 추모행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인사회도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한인민주당협회 스티브 강 회장
2021-03-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