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류 언론을 보면 최근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는 이슈가 있습니다. 바로 선거법 문제입니다. 미국에서는 선거법을 각 주의회에서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카운티 같은 로컬 정부가 선거 규율을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연방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미국 경합주 의회는 주지사부터 각 주 상원과 하원까지 공화당이 장악을 하고 있어 선거법을 개정할 수 있습니다.
2022년 중간 선거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텍사스 주에서 진행된 CPAC 컨퍼런스(보수주의 정치 행동 컨퍼런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와 관련된 음모론을 계속해서 주장했습니다. "투표가 조작됐다", "투표권이 없는 서류미비자까지 투표해 참여했다"는 등의 내용입니다.
문제는 이런 근거없는 정보를 공화당 정치인들까지 이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마음을 얻기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음모론을 거들며 선거법을 강화하려는 법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들의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 대선이 조작이 됐기 때문에 투명한 선거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투표 시스템을 더 어렵게 해서 소수계의 투표 참여율을 낮추기 위해서입니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유리하고 반대로 민주당은 투표율이 높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보수 성향이 특히 강해 공화당이 다수당인 텍사스와 플로리다, 그리고 조지아 주에서는 투표를 더욱 어렵고 복잡하게 만드는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유권자 등록 기준을 엄격하게 하고, 조기 투표와 우편투표 등을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특히 텍사스 주에서는 지난 대선에서 시작된 24시간 투표소와 드라이브스루 투표 시스템을 폐지하는 법안이 상정된 상태입니다.
선거법 강화 법안을 추진하는 공화당원들은 미국에서는 아무나 투표소에 가면 신분 확인도 안 하고 쉽게 투표를 할 수 있고 이러한 표가 추가가 돼서 지난 대선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신분증 없이 투표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유권자 등록을 하지 않고 본인의 이름이 유권자 목록에 없을 경우 잠정 투표용지(provisional ballot)를 통해 투표를 하게 됩니다. 잠정 투표지는 선거가 끝나고 여러 검증 절차를 거쳐 투표한 유권자가 유효한 지 여부를 엄격하게 확인한 후 표로 계산이 됩니다. 이렇듯 자격이 안되는 아무나 가서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민주당도 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유권자 등록 또는 투표하는 과정에서 신분증 확인하는 과정의 필요성은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표 접근성을 제한하는 조치는 선거 참여를 방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화당의 주장엔 반대하는 것입니다.
24시간 투표소의 경우 늦게까지 근무하는 근로자의 투표를 독려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예를 들어 밤 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리커 스토어 업주인 경우 투표를 하기 위해 중간에 시간을 내서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24시간 투표를 할 수 있다면 근무를 마치고 투표소에 잠시 들려 투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캘리포니아주 한인 커뮤니티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습니다.
이것은 당일 유권자 등록과 모든 유권자가 우편 투표로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게 한 것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한인을 비롯한 소수계는 항상 투표율이 낮았는데 투표 접근성을 높이니 투표율이 올라갔습니다. 우리의 권리인 투표를 막을 이유, 하나도 없습니다.
한인민주당협회 스티브 강 회장
2021-07-2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