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 선거일. 박빙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생각보다 허무했습니다. 저녁 8시 선거가 마감되고 3시간도 채 안 돼 주류 언론들은 주지사 리콜 실패를 확정 지었습니다. 리콜 반대 63.5% 대 찬성 36.5%의 압도적인 승리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주지사가 소환된다면 대체할 인물은 누구냐는 두 번째 질문에는 공화당의 래리 엘더 후보가 46.9%의 득표율로 선두를 기록하기는 했습니다.
리콜선거는 초반에 관심이 저조해 매우 낮은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2018년 중간선거 (64.5%) 그리고 지난 2003년 당시 주지사 리콜 선거 (61.2%) 때보다도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지난 2018년 개빈 뉴섬 주지사가 처음 당선됐을 때 보다도 높은 득표를 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정책에 반발하며 시작된 리콜 운동은 오히려 개빈 뉴섬 주지사 그리고 민주당에게 정치적 탄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공화당은 지난 2003년 영화배우 아놀드 슈와제네거가 리콜로 당선됐던 당시 시나리오를 기대했습니다. 낮은 투표율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민주당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무산된 겁니다.
이번 리콜 선거는 큰 의미가 있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정책들은 받아들여지기 힘든 다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습니다.
지난 2003년 리콜 선거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슈와제네거 후보는 공화당이었지만 비교적 중도 성향으로 민주당과 무소속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내 당선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엘더 후보처럼 극보수적인 정책은 캘리포니아 주에게 어필하기는 힘들 다는 것. 그리고 오히려 민주당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지역별 정치적 성향에도 변화가 보였습니다. 공화당 텃밭으로 불리던 오렌지 카운티가 민주당 성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리콜 반대 52.6% 대 리콜 찬성 47.3%. 공화당 성향이 짙은 오렌지 카운티 주민들도 리콜에는 반대하는 성향을 보였습니다. 앞으로의 선거에서 참고해야 할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내년 코앞으로 다가온 2022년 중간선거에 공화당은 깊이 고민해야 할 거리가 생긴 듯합니다. 또 한인들로서는 굉장히 반가운 분석도 나왔습니다.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들의 투표율이 라티노 유권자보다 훨씬 높았다는 겁니다. 인구 수로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지만 아시안들은 높은 투표율로 스윙 보트 또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뉴섬 주지사는 경쟁자인 엘더 후보보다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 유권자들의 표심을 공략하는 데 집중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선거에서도 그래야 합니다. 정치력을 보여 모든 선거에서 정치인들이 아시안 커뮤니티를, 우리 한인사회를 찾아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도록 해야 합니다. 투표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가능한 일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는 남다릅니다.
뉴섬 주지사는 이번 리콜 선거를 통해서 본인에게 투표를 안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을 위한 포괄적인 정책을 펼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화당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습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극보수적인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 셈이니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이 클 것입니다.
한인민주당협회 스티브 강 회장
2021-09-2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