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정식 보좌직원 아닌 명씨, '총괄본부장'으로 실세 군림

시 대외비 자료 공유받고 논의…김영선 "그런 직책 없어" 부인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가 김영선 전 국회의원 임기 당시 의원실 '총괄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내세워 민감한 창원시정 현안을 공유받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는 일부 업무 추진과정에서 몇몇 공무원들이 명씨와 접촉해 현안을 논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명씨가 '의원실 관계자'이거나 '우리와 같은 공무원'으로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며 민간인에 대한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가 거론되는 데 대해 연일 선을 긋는 분위기다.

21일 창원시와 지역정가 등 설명을 종합하면 명씨는 2022년 6월 김 전 의원이 창원 의창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김영선 국회의원실 총괄본부장'이라는 명함을 사용했다.

총괄본부장은 의원실 정식 보좌직원에 속하는 직함은 아니다.

'국회의원의 보좌직원과 수당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을 지원받기 위해 보좌직원을 둔다.

보좌직원은 보좌관·선임비서관·비서관 등으로, 정원 범위는 총 8명이다.

이들은 '별정직 국가공무원'으로, 결격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임용될 수 없다.

명씨가 의원실의 정식 보좌직원으로 임용되지 못하고 총괄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내세워 활동한 것은 이런 결격사유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명씨는 2016년 당시 창원시 6급 공무원을 승진시켜주겠다는 명목으로 현금 3천만원과 225만원 상당의 여성용 골프용품 세트를 받은 혐의(사기·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돼 2019년 7월 10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항소 없이 같은 해 7월 18일 확정됐다.

국가공무원법 제33조(결격사유)는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등은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명씨가 공무원 결격사유가 있는 탓에 정식 보좌직원으로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총괄본부장'이라는 직함을 썼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이 총괄본부장이라는 직함의 성격이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명씨는 국가공무원 신분의 정식 보좌직원이 아니었지만, 시 공무원들에게는 '의원실 실세'이자 '같은 공무원 신분'으로 여겨졌다.

더 의아한 점은 김 전 의원이 구속 직전 한 방송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명씨의 총괄본부장 직함을 두고 "총괄본부장이라는 직책은 있어 본 적도 없고, (명씨를) 그렇게 불러본 적도 없다"고 답한 부분이다.

명씨가 의원실 총괄본부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게 된 경위, 공무원 사칭 여부 등에 대한 수사 필요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결과적으로 명씨가 아무런 공적(公的) 지위에 있지 않은 민간인 신분이었음에도 해당 직함을 가지고 시 공무원들과 민감한 지역 현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는 점이다.

명씨는 국책사업인 창원 제2국가산단을 본인이 기획했고, 이 과정에서 시 공무원들에게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고 언론에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뿐만 아니라 김 전 의원이 없는 자리에서 시 간부 공무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도시계획 관련 현안 간담회를 주도하고, 본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 사실도 시의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창원시의원단은 시정 주요 현안과 관련해 시 공무원들이 명씨와 접촉한 경위·현황, 명씨에게 설명하거나 전달한 문서 일체를 공개해야 한다며 현재까지 보도된 의혹 외에 명씨가 또 개입·관여한 시정 현안은 없는지 전면 조사가 필요하다며 공세를 펼치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k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