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에 "자원 개발 같이 하자"…푸틴 "미국과 희토류 공동개발 준비"

발발 3주년을 맞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협상을 앞두고 돌연 '희토류 변수'가 불거졌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천연자원으로 군사 지원을 갚아나가는 광물 협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유럽연합(EU)과 러시아까지 희토류 카드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EU는 전날 우크라이나에 천연자원 개발과 관련한 협정을 제안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는 유럽이 필요로 하는 30개의 중요 자원 중 21개를 공급할 수 있다"며 "유럽과 우크라이나가 '윈윈'하는 파트너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가 제안한 자원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세주르네 부집행위원장은 "유럽은 결코 상호 이익이 되지 않는 계약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요구하는 광물 협정이 우크라이나의 미래세대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일부 지적을 감안한 발언으로 보인다.

앞서 유출된 미국의 협정문 초안에는 우크라이나가 천연자원과 기반 시설에서 나오는 수익 절반을 미국에 넘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향해 희토류 개발에 협력하자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푸틴 대통령은 국내 TV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더 많은 희토류를 보유하고 있다"며 항공우주 산업과 전자기기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되는 알루미늄의 방대한 매장량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 기업을 초청해 시베리아에 매장된 알루미늄 자원을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되찾은 새 영토에도 자원이 있다"며 "그곳에서도 미국을 포함한 파트너들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에 매장된 희토류를 미국과 개발하겠다는 이야기다.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의 언급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희토류에 막대한 관심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는 항공기와 군함의 합금 제조에 사용되는 티타늄과 함께 배터리 생산에 사용되는 리튬 등의 희토류 매장량이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규모 희토류 매장 지역은 현재 러시아군이 점령한 지역 및 전투가 벌어지는 동부 전선에 집중됐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