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검, 문 전 대통령 기소…"이상직에게 2억1천만원 뇌물수수"

법원 "직무 관련 있으면 뇌물 성립…공천, 대통령 직무행위와 밀접"

문재인(72)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긴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이 직접적인 금전을 받지 않았는데도,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법리적 배경에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주지검은 24일 문 전 대통령에 대한 공소제기 사실을 밝히면서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에 대한 법리와 뇌물공여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상직(62) 전 의원의 당시 처지에 관해 설명했다.

먼저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 성립 여부에 대해 내세운 법리는 대법원에서 확정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 판결이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 판결에서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해 모든 행정을 총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며 "그러한 직무 범위에 속하거나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관해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고,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는 범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뇌물 사건 판결에서는 "국회의원 공천은 대통령이 법령상 관장하는 직무 그 자체는 아니지만, 사실상 직접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므로 대통령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 또는 관례·사실상 관여하는 직무행위"라고 명시했다.

검찰은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이번 사건에서 문 전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은 별다른 친교 관계가 없었는데도 도움을 주고받은 배경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창립자이자 정치인인 이 전 의원은 2016년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당내 경선에서 패배한 이후, 제19대 대통령선거 대선캠프에서 직능본부장으로 활동하며 문 전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의원은 2018년 3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자리에 올랐는데, 2020년 4월 예정된 차기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위해 면직 등 문 전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필요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전 의원은 이후 2018년 8월 항공업계 실무 경험이 없던 문 전 대통령의 당시 사위인 서모(45)씨를 이스타항공의 태국 법인격인 타이이스타젯 임원으로 채용했고, 서씨 내외에게 급여로 약 1억5천만원(416만밧), 주거비 명목으로 6천500만원(178만밧) 등을 지원하며 각종 특혜를 바랐다고 검찰은 부연했다.

서씨의 급여 등이 문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받던 2020년 1월 면직 신청이 받아들여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스타항공은 2018년 3월 평양 방북 예술단 전세기를 띄우는 과정에서 국회 동의 없이 정부 지원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문 전 대통령이 포괄적인 권한 행사를 통해 정치·경제적 혜택을 기대한 이 전 의원에게 타이이스타젯을 통한 자녀 부부의 해외 이주 특혜를 제공받고 편의를 봐줬으므로 뇌물에 따른 대가성이 성립한다는 게 검찰의 논리다.

검찰 관계자는 "타이이스타젯의 임원 채용은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 '부당한 특혜 채용'이며 서씨가 받은 금원은 정상 급여가 아닌 대통령에 대한 뇌물임을 확인했다"며 "당시 타이이스타젯은 항공운항증명(AOC)이나 항공 사업 면허(AOL)를 취득하지 못 해 아무런 수익이 없었으므로 임원 채용 필요성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은 법원에서 적법하게 발부받은 영장을 집행해 객관적 자료와 참고인 진술 등 증거를 폭넓게 수집해 사건의 실체를 확인했다"며 "피고인들이 죄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jay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