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단 "기소 17일 만에 사형 선고…재판 졸속으로 이뤄져"

"10·26 당시 비상계엄 위헌·위법…尹이 김재규 다시 불러와"

'10·26 사건'으로 사형당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형사재판 재심이 16일 시작됐다. 김 전 부장이 1980년 5월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45년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김 전 부장의 내란목적 살인 등 혐의 재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심을 청구한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정숙 씨 재판에 출석해 "오빠가 막지 않았다면 우리 국민 100만명 이상이 희생됐을 것"이라며 "이번 재심은 대한민국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스스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전 부장 측 변호인단은 당시 군사재판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당시 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했다"며 "1979년 10월 27일 기소 이후 17일 만에 사형 선고가 났을 만큼 졸속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인해 1979년 10월 27일 발령된 비상계엄은 위헌·위법해 당시 보안사가 김 전 부장을 체포·수사할 법적 권한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10·26과 지난해 12·3 비상계엄은 45년 만의 데자뷔"라며 "윤석열이 다시 45년 전 김재규를 불러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어 "박정희 개인에 대한 살인 사건일 수 있지만, 국헌문란이 아니었고 피고인은 박정희를 살해해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게 목적이었다"며 "당시 신군부는 정권 탈취 의도에서 내란 프레임을 씌우고 사건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공판기일을 9월 5일 오후로 지정했다.

김재규는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6개월 만인 이듬해 5월 사형에 처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국가원수 피살 사건이었다.

유족들은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심리 끝에 지난 2월 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5월 13일 유족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인 서울고법의 판단이 타당하다고 판단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ju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