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시아 순방국 말레이, 성대한 공항 행사로 맞이
관세·국방비 등 압박 속 돌발상황 피하려 살얼음판 걷기
지난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에어포스원(대통령 전용기)에서 내리자 성대한 환영 행사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의 영접을 받으며 레드카펫 양옆에 도열한 의장대를 지났다. 그 뒤 전통의상을 입고 춤추는 무용수들 앞에 잠시 멈춰 흥에 겨운 듯 자신도 주먹을 흔들며 함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이날 환영식에는 성조기와 말레이시아 국기를 든 환영 인파 수십 명도 동원됐다. 에어포스원은 착륙 전 말레이시아가 동원한 F-18 전투기의 호위를 받기도 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행사에 대해 '새로운 외교적 각본'을 완전히 구현한 예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국방비 등 압박을 받는 세계 각국이 그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아첨과 화려한 외교 행사를 동원하고 있는데, 말레이시아 역시 이 같은 공식을 철저히 따랐다는 분석이다.
통상 세계 각국은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중요한 대미 외교 기회로 삼고 공을 들여 준비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각국의 의전은 특히 남다르다는 평가다.
의장대와 전통 공연 등을 동원한 화려한 환영 행사는 기본이다. '노벨 평화상 적임자'라는 식의 아첨도 필수 요소로 통한다.
스포트라이트를 누구보다도 즐기고, 칭찬을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고의 노력인 셈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성으로 인한 돌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그의 '심기 경호'를 위한 철저한 의전 준비가 필수라는 게 최근 외교가의 불문율이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미국 대통령들이 누린 것보다 더 화려한 의전을 받기도 한다며 "이는 여러 국가가 이제 그의 방문 때 정책 성과만큼이나 공항 환영식과 정상회담에 많은 신경을 쓴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하는 각국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그가 이전에 방문한 국가 수준 이상의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단 지적이다.
WSJ은 "각국은 다른 국가에 견줄만한 호화로운 행사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며, 이는 일종의 의전 경쟁처럼 되고 있다"며 "동시에 각국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키면서도 자국민을 위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제 도전은 일본으로 넘어갔다"고 덧붙였다.
2기 집권 후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27일까지 첫 방문국인 말레이시아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으로 떠났다.
그는 28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회담 등 일정을 소화한 뒤 29일∼30일 한국을 방문한다. 한국에서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