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의
한국의 다음소프트가 지난 3년 간 인터넷에 올라온 글 수억 건을 분석해보니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남편'이었다고 한다.
습관적 거짓말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여성지는 '메모의 생활화'로 대처하라 한다. 남편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언젠가 들통이 나기 때문이란다.
사람은 하루에도 200 번 정도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하긴 아침인사 '굿모닝'부터 하루 거짓말의 시작일수 있겠다. 맑은 날도 '굿모닝'비가와도 '굿모닝'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따지면 우리의 삶 자체가 온통 거짓말투성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매너로 하는 인사치레도 그렇고 용기를 북돋는 위로도 그렇고 심지어 분해서 내뱉는 '잘 먹고 잘 살라(?)'는 말까지 모두 그렇다.
결혼식이나 장례식의 축사나 조사는 또 어떤가. 어느 사람이 장례식에 갔는데 생전의 고인과 너무나도 동떨어진 추도사를 듣고는 장례식장을 잘못 찾았나보다며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야 설령 지나친 미사여구가 더러는 진실과 벗어났다손 쳐도 새로운 출발을 앞에 둔 신랑 신부의 삶을 기원해 주거나 삶을 등진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는 것인데 아무리 그리 한들 무슨 문제가 있으리오. 오히려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게 도와 줄 뿐이니 말이다.
탈무드에도 '누군가가 새로 산 물건이 어떠냐고 물으면 설령 그것이 좋지 않더라도 좋은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라'고 하지 않는가? 아니 우리네 속담에도 '좋은 거짓말은 논 닷 마지기보다도 낫다'고 한 것을 보면 이런 산뜻한 거짓말들은 우리 삶을 더욱 살맛나게 해주는 양념일 수 있겠다.
아브라함도 그랄의 왕이 자기의 아내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물을 때 여동생이라고 둘러댄다. 빼어난 미모 때문에 빼앗길 것을 우려한 나머지 한 거짓말이었지만 믿음의 조상까지도 그런 것을 보면 확실히 거짓말이 피할 수만은 없는 것 같다.
문제는 사회를 혼란시키고 질서를 파괴하는 가진 자들의 상습적이고 비루한 거짓말들이다. 요새 미디어에 나오는 뉴스들을 대하면 온통 거짓말투성이다. 정치꾼들이 하는 허언에야 이미 질린 바지만 그 거짓말 역병은 사회 전반에서 창궐하고 있다. 기업가가 그렇고 인기인이 그렇고 사회적 인사라는 이들 모두가 일단 아니라고 오리발을 내밀고 본다. 아예 결백을 보인답시고 법까지 들먹이며 내 손에 장을 지져라 는 투의 극단적 언사까지 서슴지 않는다.
그러다가는 눈치껏 조금씩 말을 비틀어 보고 여차하면 허리 굽혀 절하고 무릎 한번 꿇는다고 잃을 게 뭐 있겠냐는 심보다. 그래도 안 돼? 그럼 자리에서 물러나면 그만이지. 그것도 잠시만. 언제든 다시 원위치하면 되니까. 모두 하나같이 따르는 잘 짜인 이 시나리오가 이젠 아예 매뉴얼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그렇다고 낙담만은 말자. 한 역사학자는 우리 삶에 뿌리가 내려진 거짓말 자체는 비난받아야 마땅하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리가 더욱 신실해지도록 힘을 내게 해서 진실로 향해가려는 의지를 불러일으켜 준다고 했다. 그러니 우리가 그러한 의식을 잃지 않는 한 시인 유안진이 '황홀한 거짓말'에서 읊듯이 밝은 진실과 비루한 진실들을 제대로 찾아 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이 아직은 남아있어서다.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2016-08-2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