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 치과의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에게는 자녀 8명이 있는데 그 중에 두 아이는 앞을 못보고 세 아이는 귀머거리이고 한 아이는 정신박약아였다. 그러한 그녀가 또 다시 임신을 했는데 매독까지 걸려 태중의 아이를 과연 낳아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한데 만일 이 여인이 낙태를 선택했다면 어지 됐을까? 우리는 악성 베토벤을 잃을 뻔했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다음과 같은 이력의 정치적 지도자 후보들이 있었다. 첫 번째는 부정직한 정치가들과 가깝게 교제하고 점성술가와도 자주 의논을 한다. 숨겨 놓은 애첩이 두 명이나 되고 줄담배를 피우며 하루에 마티니를 10잔이나 마신다. 다음 후보자는 공직 자리에서 두 번이나 쫓겨난 경력에 대학시절 마약을 한 경험이 있으며 정오가 될 때까지 늦잠을 자고 위스키를 열 잔씩이나 매일 밤 마신다. 이와 달리 세 번째는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에 채식주의자로 담배를 전혀 안하며 가끔 맥주정도 마시고 혼외정사의 경력이 전혀 없다.
이러한 세 사람 중에서 우리는 누구를 우리의 지도자로 선택하려 할까? 얼핏 보기에 셋째 후보가 제일 근사해 보이지 않나? 허나 첫째 후보가 프랭클린 루즈벨트이고 두 번째 후보는 윈스턴 처칠, 그리고 마지막 후보가 아돌프 히틀러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렇게 볼 때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 아니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우리의 판단에 얼마나 확신할 수 있는지에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모든 경우가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겠으나 외관상으로 보이는 화려한 경력이나 학력 혹은 이력들이 반드시 그 사람을 전부 대표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잘 싸여진 포장지와는 관계없이 속 내용을 볼 줄 알아야 하는데 이것이 쉽지가 않다.
링컨도 그랬다. 그는 행정력은 엉망이었으나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전혀 협조하지 않는 사령관들을 해임하면서도 술주정뱅이로 소문난 그랜트 장군을 총사령관으로 삼아 남북전쟁을 종식시켰다.
술주정이 심하고 부하들을 거칠게 다루기로 소문난 그에 대한 반대의견에 링컨은 이렇게 대답했다. "비록 그것이 사실이긴 하나 지금은 일단 계획을 세우면 해내는 그의 결단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때이기 때문이요"라고.
그는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이었지만 국가의 위기에서 헌법을 수호하고 그것을 지킬 공화당의 기초를 마련한 인물이었다. 물론 이 사례들의 경우 극단적인 예외적 이야기 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지도자는 자기 말에 책임을 지고 대중의 눈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못하면 그는 패거리나 몰고 다니는 보스일 뿐이다. 이제 국내외 안팎으로 지도자를 뽑는데 열기가 대단한데 합당한 사람을 가려 뽑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자신이 준비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아마추어는 보잘것없는 그냥 큰 배를 만들지만 프로는 타이타닉 호를 만드는데 그 프로를 알아보려면 우리 역시 프로여야 하기 때문이다. '세유 백락, 연후유 천리마(世有伯樂, 然後有千里馬)'라 했다. 세상엔 백락이 있고 그 연후에야 천리마가 있다는 말인데 제 아무리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는 천리마라 할지라도 그것을 잘 알고 다루는 인물 백락이 있지 않고는 소용없는 일인 것처럼 이제는 우리가 백락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지도자에게 우리를 맡기는 시대가 아니라 이제는 우리가 정신 바짝 차려야만 제 정신 박힌 합당한 지도자를 뽑아야 하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2016-09-12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