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의
한국에선 아직도 국정농단 사태 때문에 대통령 탄핵 찬반 시위로 시끄럽다. 이제 특검도 종료되었고 헌재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헌데 헌재의 재판관 수로 말들이 많다. 9명 중에 이미 임기만료로 퇴임한 소장을 비롯하여 곧 다가올 권한대행의 이임 때문이다. 해서 6명이상의 가부에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돌이켜 보면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을 때 '1,2,3,4,5,6,7,8,9'란 묘한 숫자 배열이 화제가 되었었다. 본회의 표결에 불참한 의원 1명에 찬성 234표, 반대 56표, 기권 7표 그리고 탄핵안 국회에 보고한 날짜인 8일과 가결 날짜인 9일까지 더해 우주의 기운이'123456789'로 완성됐다고 보았다.
이렇듯 사람들은 숫자와 연관 지어 이야기를 꾸미는 경향이 있다. 아니 어쩌면 숫자의 세계에 사람이 사는 세상사가 다 들어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루는 7자가 길을 가는데 저쪽에서 6자가 건방지게도 못 본체 그냥 지나치려 했다.'이놈 봐라? 인사도 없이'군기가 덜 잡혔다싶어 불러 세웠다. '선배를 보고도 인사가 없냐?' 하자 6자가 벌떡 돌아서면서 '이놈아 나는 6자가 아니라 9자다. 내가 물구나무서기로 가는데 선배를 감히 불러 세워?'하고는 오히려 야단을 쳤다.
그것 뿐 아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관심 끄는 성형바람까지도 유행한다. 한번 혼이 난 7자가 이번에는 다른 편에서 12자가 오기에 얼른 인사를 건네려고 했다. 그러자 12자가 놀라면서 '형님'하고 인사를 한다. '어찌된 건지?'의아해 하는데 12가 하는 말이'사실 저 1.2예요. 어제 병원 가서 점을 뺏거든요'하더란다.
허나 이런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우정이나 금실 좋은 부부 예도 있다.
220의 약수를 다 더하면 284가 된다(자신의 숫자 220은 빼고). 반대로 284를 같은 방법으로 하면 220이 된다. 해서 이 둘을 '친구수'라 한다. 또 48은 그 약수 중에서 자신의 수뿐 아니라 1까지도 빼고 다 합하면 75가 되고 75 역시 같은 방법으로 하면 48이 된다. 이를 '부부수'라고 한다. 이 두가지수의 차이는 1을 더 빼느냐 안 빼느냐하는 것 말고도, 친구수는 서로 짝수끼리이거나 홀수끼리인 반면 부부수는 짝수와 홀수이다. 다시 말해 친구는 남자끼리이거나 여자끼리, 부부는 이성끼리여야 한다. 즉 동성 간의 결합이나 이성간의 친구를 허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數)의 세계에서 하는 말이다. 수(數)의 세상에서는 예외가 없는지는 몰라도 세상사는 그렇지 않다. 때론 우정과 사랑사이란 노래가사가 말해주듯 성(性)을 극복하기가 말처럼 그리 쉽지 않은 듯해도 이성간의 우정이 없는 건 아니다. 또한 동성끼리의 사랑도 이해되고 수용되어 가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어찌 보면 수(數)도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니 우리가 개념화하기 나름일 수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꼭 그렇게 단정 지울 수만은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거룩한 성에 284명의 레위인이 있었다'느니,'야곱이 에서를 위해 염소와 양 각각 220마리의 예물을…'이라는 성구를 보면 이런 수(數)들의 일치가 단순히 우연이라고만 보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數)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보다 먼저 존재하고 있던 것을 우리가 찾아 낸 것뿐이라고 보면 그 안에 우리의 삶에 대한 메시지도 들어있다고 여겨진다. 해서 '수학에는 반드시 답이 있다'고 하는 게 아닐는지.
2017-03-0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