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전쟁은 미국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 전환점인 사건이었다. 결국 이 전쟁은 북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당시 북군 사령관은 율리시스 그랜트였고 남군 사령관은 로버트 리였다. 승자가 된 그랜트는 뒤에 18대 미국 대통령이 됐고, 패장 리 장군은 버지니아 주 렉싱턴의 워싱턴대학 학장이 되었다.
이 전쟁의 승자는 링컨 대통령과 그랜트 장군이지만 리 장군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위대한 인물이다. 전쟁의 패배를 인정하고 전쟁 후유증을 극복하는데 큰 몫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때 남부 연합의 리더 역할을 했던 남부 대표 주 중의 하나가 버지니아였다. 해서 말을 탄 모습의 리 장군 동상은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의 시민 공원에 세워져 있고 곳곳에 그의 이름이 붙었다.
헌데 지난 2월 샬로츠빌 시가 이 동상을 철거하기로 하자 리 장군을 영웅으로 추앙해온 남부 기반의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들의 시위와 이에 대항하는 맞불시위대들 간에 충돌이 빚어지면서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이 사건을 보면서 한 얘기가 떠오른다.
뉴욕거리 한 모퉁이에 한 풍선장수가 있었다. 그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지면 시선을 끌기 위해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등 여러 가지 색깔로 된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흑인소년이 다가와 물었다. "아저씨! 까만 풍선도 하늘을 날 수 있나요?"이 말은 들은 퐁선장수는 "암, 물론이지. 풍선이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은 풍선의 색깔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그 속에 들어 있는 공기 때문이지."
그리곤 까만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꼬리를 흔들며 높이 올라가는 풍선을 본 흑인소년은 자신의 피부색깔에 대한 열등의식을 극복하게 되었고, 또 그로 인해서 훌륭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겉모습보다는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시사 하는 것으로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말한다.
그러고 보면 한국에선 오래 전 크레파스 색들 중에 '살색'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허나 흑인도 이것을 살색이라고 할까? 백인이나 다른 인종들은 또 어떨까? 지금은 피부색에 대한 차별행위로 인식돼 '살구색'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미국은 이미 최초의 흑인대통령까지 배출했지만 검은 피부에 대한 차별이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닌 미완의 숙제로 아직도 진행형이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어렸을 때부터 인종차별을 느껴야만 했고,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한때 방황하기도 해서 스스로 '술과 담배, 그리고 마약에 빠져들었다'고도 회상 했다.
허지만 그는 자신의 수상록인 '희망의 대담함'에서 '이런 모든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건국의 이념과 이상을 공유하는 하나의 미국인'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출마 당시 연설에서 "우리는 링컨으로 부터 인종과 종교, 신분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배웠다"고 역설하며 링컨이 노예와 자유인을 통합했듯이 흑인과 백인을 하나로 묶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팬톤 색 연구소는 매년 그 한해를 상징하는 색을 발표한다. 올해는 그리너리다. 자연과 함께하는 의미란다. 허나 인종 화합으로 검은 색 만큼 어울리는 게 더 있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올해의 상징적 색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검은 색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삼원색을 다 합치면 검은 색이 되지 않나? 인종과 복합성을 하나로 아우르고 신뢰의 회복을 통한 영적 통합이야말로 하나가 되는 길의 희망이요 우리의 열망이 아닌 가해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검은 색이야말로 색 중에서 가장 품위 있고 우아하지 않은가! 검은 풍선이 하늘로 나르는 것을 바라보았던 소년, 그리고 자신감을 얻은 그 소년이 바로 오바마가 아니었을까?
2017-08-2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