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에서는 일찍부터 사람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에 대해 알아보는 기술이 발달해 왔다. 관상을 보아 운명재수를 판단하여 미래에 닥쳐올 흉사를 예방하고 복을 부르려는 점법(占法)의 하나였다. 해서 유명 재벌기업의 회장님도 임원을 뽑을 때 관상가를 대동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걸 보면 그 비중을 짐작케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람의 상(相)이란 어려서 한번 정해진 대로 운명 지워졌다기 보다는 일생을 통해 늘 변화하기 마련이라는 의미일 게다. 그러니 링컨도 태어났을 때 얼굴은 부모가 준 것이지만 나이 먹어서는 자신의 얼굴에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걸작 '최후의 만찬'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1491년 밀라노에 한 수도원이 새로 지어졌다. 로마 교황청은 다빈치에게 성서 속에 나오는 예수와 열두 제자들의 마지막 만찬 광경을 벽화로 그려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자 다빈치는 그림의 모델에 쓰일 사람들을 하나하나 찾아다녔다. 제일 먼저 예수의 얼굴을 위해 선하고 인자해 보이는 19세의 젊은이를 찾아내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그 후 6년 동안 예수의 11명 제자그림을 모두 다 완성한 다빈치는 마지막으로 예수를 밀고한 배반자 가롯 유다의 모델을 찾아다니게 되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로마 시장은 '로마 지하 감옥에 수백 명의 죄수들이 있으니 그곳에서 한번 찾아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다빈치는 그곳에서 사형을 기다리고 있던 한 죄수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를 모델로 해서 몇 달에 걸쳐 은화 30냥에 스승인 예수를 팔아넘긴 유다의 그림을 완성한 다빈치는 그에게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통고했다.
헌데 그 죄수는 돌아가기 직전 다빈치에게 자신을 모르겠냐고 물었다. 다빈치가 '난 당신 같은 사람을 내 인생에서 만난 적이 없다'고 하자 그는 '최후의 만찬'그림을 가리키며 '6년 전 당신이 그렸던 저기 저 그림 속의 예수의 모델이 바로 나였소'라고 울부짖었다. 불과 몇 년 만에 성스럽고 깨끗했던 얼굴이었던 젊은이가 사악한 모습의 범죄자로 돌변하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 다빈치는 이후로는 예수에 관한 그림을 더 이상 그리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듯 얼굴의 모습은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느냐를 보여주는 이력서이자 무엇을 추구하느냐를 알려주는 나침반이라 할 수 있겠다. 허나 더 중요한 건 심상일 게다. 마음의 상태와 변화가 인상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평소 바른 마음으로 바로잡아 나간다면 삶도 능히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말이다.
게다가 관상이란 게 한 사람의 일생만을 좌우하는 게 아니라 집합적으로 한 시대의 변화도 읽어 낼 수 있다 한다.
불현듯 관상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얼마 전 발표된 아이폰 X 때문이다. 애플이 새로 내놓은 이 스마트 폰엔 사용자의 얼굴로 전화기의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위 페이스 ID 기술이 도입되었다.
헌데 이는 가까운 미래에 사용자의 얼굴인식 정보로 그 사람의 성적취향이나 범죄 성향, 정치이념 등까지도 알아낼 수가 있다 하니 관상은 더 이상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니라 가히 현대판 인공지능 관상학으로 재등장한 것이 아니겠는가?
2017-10-03 01:4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