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술을 잘 모른다. 솔직히 내 전공이 아니니까 등한시하였다. 학창시절 때 배운 미술사가 전부였다. 그나마 너무 오래되어 기억도 가물거렸다. 고호와 고갱, 마네와 모네 구별도 잘 안 되었다. 루브르박물관, 프라도 미술관, 피카소미술관에 갔을 때도 두시간도 채 안 되어 모두를 다 보았다고 생각했었다. 모든 그림이 비슷비슷해 보였다. 아는 만큼 보인 것이다.
그러던 중에 한미여성회의 메이정 선생님의 서양미술사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사진을 찍었던 수많은 명화를 시대사적. 역사적으로 체계적으로 배우다 보니 건성으로 보았던 것이 너무 아쉬워졌다. 그림과 대화를 나누며 그림과 소통을 할 수 있고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보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의 미술사 강의를 들었고 하나둘씩 사서 읽기 시작한 서양미술사, 인문학, 미학 오디세이 책들이 책장에 가득해질 때마다 마치 나의 교양 수준도 높아지는 것 같아 행복했다.
“올해로 24회째를 맞는 엘에이 아트쇼를 남들은 비행기 타고 와서 일부러 본다고 하는데 엘에이에 사는 우리가 안 가보면 안 되지!.” 일요일 아침 나는 가족을 이끌고 함께 컨벤션센터에 나섰다. 정말 많은 사람이 예술을 즐기고 있었다. 한인이 참가한 부스도 엄청 많아 세계 속에 한인의 위상을 실감하였다. 미술사 공부를 2년 동안 하고 나니 이젠 제법 내가 설명을 한다. 이 그림은 칸딘스키 그림 같은 이미지 같은데, 이 불상은 데미안 허스트의 다이아몬드 박힌 해골 이미지 같네. 엔디 워홀의 팝아트 느낌인 거 같고 샤넬, 루이뷔통, 마릴린 먼로 아이들이 낙서해 놓은 거 같은 다다이즘 그림 복제에 복제. 시뮬라크현상 컨템퍼러리 아트는 그림 속에 있는 개념을 이해해야 해.
“ 와우 우리 엄마 정말 멋있네.” 딸내미 칭찬에 괜히 어깨가 의쓱해진다.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나에게는 있다. 이화여자대학 학창시절 무용이론 첫 강의 시간에 홍정희 교수님이 우리에게 물어보았다. “여러분 무용의 종류가 몇 개라고 생각합니까? ”그 당시는 인터넷도 없던 시절이라 학생들은 머리를 맞대고 생각했고 발레,재즈, 힙합, 한국무용, 민속무용,탭댄스등등..대략 200개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답은 아주 달랐다. 춤의 종류는 무한대였다. 우리의 생각과 상상을 춤으로 표현하라 하셨다. 나만의 색깔의 춤의 종류를 만들라고 하셨다. 그리고 무용과 미술과 음악의 장르 또한 무한대라는 말씀이 가슴속에 와 다왔다.
상상력의 예술 세계는 모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 엘에이 아트쇼의 색다른 경험을 통해 색다른 눈으로 세계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주부터 새로 시작하는 현대 미술사 시간이 기다려진다.
2018-01-25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