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한가한 일요일을 맞이했다. 그래서 푹 쉬고 늦잠 자려 했건만 평소보다 더 일찍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 운동가고 브런치를 먹으며 신문을 보니 “ THE WHITE CROW ” 하얀 까마귀 루돌프 누레에프의 발레 영화를 상영한다고 한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장 영화관으로 달려갔다.
내가 발레를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세종문화화관 개관공연 때 로열발레단의 마고트 폰테인의 빈사의 백조를 보고 나서부터였다. 누레에프는 19년 연상의 마코트 폰데인과 환상의 발레 파트너였다. 그래서였을까.., 무대 뒤에서 무작정 기다린 나에게 싸인을 해주고 “ 미래의 발레리나 너의 꿈은 이루어 질거야. “ 이렇게 사인 주고.. 꿈과 희망의 롤모델이었던 마코트 폰테인을 좋아하다 보니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누레예프도 덩달아 좋아했고 영화 같은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보면서 예술가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에 젖혔던 확창 시절이 떠 올랐다.
나와 같은 시대에 살았는데 마코트 폰테인과 누레예프는 지금 여기 없다. 오랜만에 가슴이 와닿는 영화를 보았다. 발사모 단원들에게 이영화 꼭 보라고 강추했다. 퀴즈를 냈다. 영화 내용 중에 누레에프가 푸시킨 선생님과 발레 수업 장면에서 발레 용어가 두 번 나온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보는 명화, 어린시절 아버지와 오버렙되면서 나오는 명화가 두 번 나온다. 영화를 보고 알아맞히는 단원에게 선물 할 거라고 했다. 모두 영화 보러 간다고 약속했다. 정답은 .. 통배 파도블레 아쌈부레 ..발레를 한다면 용어만 들어도 눈을 감아도 동작이 저절로 떠오른다.
메두샤의 뗏목. 돌아온 탕자. 여행하면서 내 눈으로 이명화를 파리에서,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직접 보았었다. 내가 제리코의 난파된 뗏목 안에 있다면 어디쯤에 있을까? 하며 생각 했었는데...렘블란트의 그림속에 아버지의 포옹속에 얼굴에 맻힌 눈물 방울 보았었다. 누레예프도 나외 같은 느낌이였을까?
발레는 누레에프에게 현실이자 이데아였을거다. 자유를 향한 열망 왜 발레를 하니? 하고 물어보니깐 탈출을하려고… 라고 누레에프는 말한다. 누군가 나에게 왜 발레를 하니 ? 라고 물어보면 나는 무엇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갑자기 고민이 생겼다.
2019-05-2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