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술피리( Magic Flute)를 안 것은 내가 학창 시절 “ 키메라 ” 밤의 아리아를 듣고나서부터였다. 그 당시 나는 음악적 소양보다는 키메라의 화려한 의상과 변장에 가까운 독특한 화장술에 감탄하며 한동안 이대 무용과 대학 친구들이 키메라 따라 하기 신드롬에 걸려 한동안 너도나도 진한화장릏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키메라의 그 화장술이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획기적이였다.
일반인은 도저히 할 수 없는 무대화장을 보고 우리는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두주자라고 스스로 자처하며 한동안 아하하아.. 아아.. 아하하아.. 아아… 나오지도 못하는 쉰 목소리로 밤의 여왕 복수의 아리아를 부르며 즉흥무용을 했었다.
오페라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한두 개씩 보고 나니깐 이젠 점점 재미가 솔솔 더해진다. 짤츠부르크 모짜르트 생가도 여행 갔었는데 한참 후에야 비로소 마술피리가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인지 발성이 콜로라투라 기법인지를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직도 무슨 노래인지 내 귀에는 들리지는 않지만, 작품 공부도 되고, 공연장 분위기도 좋고 무대 연출, 의상 등 다양하게 공부할 수 있고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한 두 번 티켓을 사다 보면 엘에이 오페라에서 계속 매일이 온다. 퓨리뷰를 보니 배리 코스키 버전으로 모차르트와 애니메이션 결합, 오페라계에 센세이션 '오페라의 미래' 등등 모든 찬사가 다 있다. 그래 티켙 사자. 보러 가자. 이번에 못 보면 몇 년을 더 기다려야 할거 같았다.
기존의 마술피리 오페라 하고는 뭔가 새롭고 다를것이러고 생각은 했지만, 공연 시작부터 상상을 넘어섰다, 밤의 여왕이 거미로 나온다. 순간 이건 “ 루이스 부르주아 “ 의 거미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운 방식이 이런 거를 말하는 걸까? 사람과 만화가 함께 나온다. 무성영화를 보듯,뒷 배경을 싹 없애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예술의 방향도 바꿔 놓았다.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한 것 같기도 하다. 숨어 있는 심오한 깊은 뜻이 있는 것 같은데 마침 내가 오늘 들고 간 핸드백을 보면서 루이비통과 협력한 예술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키치적 예술 카이카이 키키 꽃 이 생각났다.
예술인 듯 예술이 아닌 듯 만화를 상위 예술로 올려놓는 슈퍼 풀랫 그 심오한 연출가의 뜻과 개념을 소시민인 내가 이해하고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며 머리만 갸우뚱해본다.
마술피리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아리아 밤의 여왕 아리아( The Queen of the Night Aria) 일거다. 수없이 지나가는 애니메이션과 벽의 장식에서 나는 프리다 칼로의 부러진척추를 그린 자화상의 모습이 떠올랐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나는 공연장에서 어떤 장면을 보면 어떤 그림이나 어떤 소설의 장면과 연관을 지어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나 이모든 것은 단순히 나의 생각이고 나의 느낌이니 똑같은 오페라를 보아도 보는 사람마다 느낌은 다 다를 것이다.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2시간 50분의 긴 오페라 공연이 끝나고 밤 11시 토요일 오후 도로시 첸들러극장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가득하다. 포토존에서 레드카펫을 밝으며 인증삿도 잊지 않는다.
2019-12-1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