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간호사 마리 투소는 해부학 지식에 회화기술과 공예를 배워 밀랍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벌집에서 추출한 물질과 파라핀 왁스의 혼합 재료로 한 작품당 수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는 작업이다. 그녀가 1777년 첫 작품의 모델로 삼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를 시작해 장자크 루소, 벤저민 플랭클린 등 많은 유명한 사람들을 재현해 냈다.
이 후1835년 런던으로 이주한 후 소장품으로 마담 투소 밀랍인형 박물관을 열었다. 당시에는 프랑스 혁명의 희생자들과 범죄자들의 밀랍 인형을 전시한 '공포의 방'이 큰 인기였지만 20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영국뿐만 아니라 뉴욕과 워싱턴 DC, 베를린, 시드니, 상하이 등 20여 개의 세계적인 여러 도시들로 퍼져 역사적인 왕실 인물, 유명한 영화 배우, 가수, 스포츠 스타는 물론 악명 높은 살인자 등도 전시해 주요 관광지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런던 본점은 규모도 크지만 각종 테마 또한 다양하다. 영국왕족을 만날 수 있는 왕실존, 비틀즈 등 영국 출신의 아이콘들이 있는 뮤직존,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마틴 루터 킹 같은 세계 지도자들의 리더존, 반 고흐, 아인슈타인, 찰스 디킨즈 등 역사 속 명사들의 컬쳐존을 비롯해 패션존, 영화 필름존, 세계 유명 스타들의 파티존 등이다.
밀랍인형들은 실제 사람의 섬세한 얼굴 표정과 몸짓을 그대로 재현되어 실물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까지 준다.
헌데 등장인물들의 사연에 따라 우여곡절도 많다. 일례로 2016년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이혼소식이 나오자 두 사람의 밀랍인형을 거리를 두고 옮기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영국 해리 왕자 부부 밀랍 인형에게도 생기게 됐다. 이번에 이들 부부가 왕실 구성원 (Royal family)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하면서 런던 박물관 왕실관에 전시됐던 밀랍인형을 퇴출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해리 왕자 부부는 왕실에서 재정적으로 독립해 영국과 북미를 오가며 살겠다는 계획을 여왕과 상의 없이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들의 뜻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해리 왕자 부부의 왕실에서의 탈출 결정은 언론의 과도한 관심, 윌리엄 왕세손과의 형제간 불화와 왕실 내에서의 차별 등이 원인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해리 왕자 부인 마클 왕손비는 아프리카계 혼혈 미국인으로, 해리 왕손보다 두 살 연상에 이혼 경력까지 있고 혼혈 신부를 영국 왕실에 들이는 일 자체가 드문 데다가 그녀의 가족 간 불화까지 겹치면서 영국 왕실에 발을 들인 날부터 끊임없이 영국 언론의 공격을 받고 입방아에 올라왔다.
결국 영국 왕실의 상징성의 훼손과 함께 혹시 모를 왕실 내의 추문과 갈등에 대해서도 민감한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의미하는 '브렉시트' 이슈에 이어 메건 마클 왕손비의 왕실 독립선언이라는 '메그시트'이슈가 정초부터 영국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있는 셈이다. 왕자나 공주의 금수저가 반드시 행복과 선망의 대상 보증수표가 아닌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듯하다.
2020-01-2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