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말한 엘리엇의 “ 황무지 ”시 첫 구절이 떠오른다. 화창한 봄 날씨 4월의 마지막 주 일요일이다. 여느 때 같으면 무용공연을 가던가, 미술관을 가던가, 영화를 보던가 아니면 쇼핑을 하며 일요일의 휴식을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갈 데가 없다. 코로나로 인해 집콕한 지가 5주째이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모르겠다.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생활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 다니던 두 딸은 집에서 재택근무하고, 학교는 문을 닫고 발레수업도 “집에서 하는 초간단 발레” 온라인 수업으로 대처하고 한인회 이사회의도 컨퍼런스 콜로 하여 회의를 진행하였다. 온라인으로 코스코에서 음식 배달시키고 필요한 것은 아마존에서 주문한다. 어쩌다 마켙을 갈려하면 마치 전쟁터를 가듯이 마스크에 비닐 장갑을 끼고 완전 무장을 한다. 혹시 누군가 가까이 올까 불안해하며 되도록이면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지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해 모든 일상이 달라졌다. 팬데믹’이라 불리는 현재의 낯선 비정상의 생활이 정상의 뉴 노멀이 되어 버렸고, 이제는 좋든 싫든 간에 변화를 인정하고 새로운 생활수칙을 따라가야 할 것이다. 특히 모든 것이 정지한 공연이나 예술, 그리고 스포츠는 앞날이 먹구름이다. 미리 사 두었던 티켙 발레, 오페라, 뮤지컬 공연이 줄줄이 취소가 되었다고 이메일이 오고 있다. 8월에 진발레스쿨 정기발표회를 준비 중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대규모의 공연이나 스포츠 관람은 힘들어질 거 같다. 언젠가 책에서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예술가의 직업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는 내용을 읽고 “ 내 직업은 앞으로 걱정이 없네 . ” 하며 웃은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코로나가 예술가들이 설 자리를 없애 버린 것 같다.
지금까지 그나마 잘 버티고 있다. 앞으로 옛날 같이 일상이 되돌아오지 않을 때 예술가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섯다운이 해제되고 다시 일은 시작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금전적으로 힘들기 때문에 당장 예술 문화 쪽으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을 것이다. 알베르 까뮈의 소설 “ 페스트 ” 에서 전염병과 싸우는 유일한 방법은 “ 성실성 나의 직책을 완수하는 것 ”이라고 의사 리외가 말헀듯이 이제는 예측이 어려운 미래에 전개될 다양한 가상의 시나리오를 써보고 대처할 수 있는 지혜가 지금은 필요한 때이다. 무엇을 버리고 무엇이 필요한지 새로운 삶의 시작에 잘 적응해 나아 가야만 한다. 14세기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했을 때 오히려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예술세계가 탄생했듯이 코로나로 인한 재난에 상처는 앞으로 예술을 통해 치유될 것이다. 예술은 감동을 준다. 사람들은 예술을 그리워할 거다. 지금은 단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예술은 영원하다.
2020-04-27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