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방문일정 중 로마에 도착한 공주 앤은 왕실의 엄격한 제약과 정해진 스케줄에 피곤하고 싫증이 나서 몰래 궁에서 빠져 나왔으나 진정제의 과다복용으로 공원에서 잠이 든다. 마침 이곳을 지나던 미국인 신문기자 조(Joe)가 그녀를 발견하고는 자기 하숙집에서 하룻밤을 재워 준다.
헌데 다음날 조는 신문사에 출근하여 공주 실종으로 큰 소동이 벌어진 것을 보고 그녀의 신분을 알게 된다. 그는 이를 기회로 특종기사를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친구 카메라맨에게 사진도 찍게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앤 공주는 조가 안내하는 대로 로마 거리를 즐겁게 따라다니면서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스쿠터도 타기도 하고 로마 거리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서민 생활의 맛을 즐기면서 그야말로 특종 사진감이 되어준다.
그러는 동안 친절하고 점잖은 기자 조에게 앤 공주는 어느새 정이 들고 자신의 특종을 위해서 분주한 조도 너무나 순순한 앤 공주에게 마음이 이끌리고 만다. 그러면서 조는 공주와 특종과의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점차 앤은 조와의 이별이 다가오면서 무척이나 아쉬워한다. 끝내 신분을 밝히지 않던 조는 공주의 귀국 기자회견 석상에 나타나 서로 다른 신분으로 만나게 되고 그 동안 특종으로 찍은 사진들을 그녀에게 내어준다. 청순하고 귀여운 모습의 오드리 헵번과 중후한 신사형 그레고리 펙이 주연했던 영화 ‘로마의 휴일’은 아직도 우리에게 인간관계의 신뢰와 믿음을 보여주었던 고전 명작으로 남아있다.
이 영화로 ‘로마의 휴일’은 낭만과 즐거움 그리고 애틋한 사랑을 연상케 하지만 실상은 ‘로마의 휴일’이란 단어는 인간의 잔혹성과 비열함이 담긴 뜻으로도 사용된다.
‘로먼 할러데이’라 함은 로마에 노예로 잡혀 온 검투사들에게 목숨 건 결투를 시키고 살해 당하는 고통을 지켜보며 쾌락을 느꼈던 고대 로마인들의 악한 취향을 빗댄 말이다. 흔한 말로 남의 고통이 나의 기쁨이란 얘기다.
최근 이런 ‘로먼 할러데이’와 유사한 단어가 외신들에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양성 판정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네티즌과 국영 언론들이 고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에 부당하고 불합리한 압력을 가하다가 천벌을 받았다고 조롱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는 거다.
외신들은 이런 현상을 전하면서 ‘schadenfreude’라고 표현했다. 독일어로 ‘피해나 고통’을 뜻하는 schaden과 ‘즐거움’을 의미하는 freude가 합쳐진 합성어다. 다른 사람의 불행이나 슬픔, 고통, 실패에 쾌감과 희열을 느끼는 복합적 감정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다. 다시 말해 다른 이들이 고통 받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적 존재감을 확인하며 기쁨을 느낀다는 말이다.
우리 옛 속담 중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남이 잘되는 것에 대한 시기심을 나타내는 반면 밉거나 꼴 보기 싫은 사람이 불행한 일을 당했을 때 갖게 되는 ‘쌤통’ 혹은 ‘고소하다’가 ‘샤덴프로이데’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샤덴프로이드’의 반대적 의미는 무얼까? 불교에서 말하는 무디타(Mudita), 남의 행복을 보고 느끼는 기쁨이다. 한자로 4가지 끝없는 마음을 가리키는 사무량심(四無量心)이다.
2020-10-1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