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서에서 근무하던 아라이는 모종의 사건으로 직장을 그만둔 후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던 어느 날 피의자 농인을 대변해 달라는 법정 수화통역 의뢰가 들어온다. 아라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수화를 자연스럽게 체득한 ‘코다’였다.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들을 수 있는 자녀를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과거의 아픈 경험의 기억이 있다. 경찰 사무직으로 근무할 당시 농아시설 이사장을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농인의 취조 과정을 억지로 통역해야 했던 일이었다. 이 때문에 무거운 마음으로 의뢰받은 일을 해 가던 어느 날 한 장애인 후원단체의 젊은 여성 대표로부터 놀란만한 사건에 대한 협조 요청을 받는다. 다름아닌 이 단체의 현 이사장, 즉 17년 전 죽은 전 이사장의 아들이 살해당했다는 것이었다. 헌데 전 이사장의 살해 용의자의 수화를 도와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
하지만 그 용의자는 결국 형을 마치고 나온 상태다. 아라이는 동일인의 소행일 가능성에서 법정에 다시 서게된 그 농인을 돕기 위해 예전 사건과 이번 사건을 조사하면서 과거와 현재에 벌어진 사건의 핵심에 다가간다. 법정 수화통역 소설 ‘데프(Deaf) 보이스’ 이야기 일부다.
수화라고도 불리는 수어(手語)는 음성 대신 손의 움직임과 신체적 신호를 이용해 의사를 전달하는 시각언어다. 단지 ‘손으로 말한다’는 의미를 넘어 영어나 한국어 같이 나름대로의 문법체계를 갖춘 하나의 독립된 ‘보이는 언어’인 ‘수화언어’의 준말이다.
헌데 이 수어가 공통언어로 사용되는 곳이 있다. 보스턴 남쪽에 작은 섬 ‘마서즈 비니어드’다. 바다빛이 아름답고 포도밭이 많아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유명인들의 휴양지로도 알려진 이 섬에는 유독 농인들이 많다. 17세기 유럽인들의 이주 후 근친결혼이 잦고 유전적으로 고립돼 온 탓이라고 한다.
이 섬에서는 귀가 들리는 건청인이건 들리지 않는 농인이건 모두 수화를 공통언어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귀가 들리지 않는 것이 ‘장애’가 되지 않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농인들의 문제는 단지 들을 수 없다는 것만이 아니라 청력부족의 이유로 사회적 소외를 당한다는 데 있다. 마서즈 비니어드 섬 사람들의 수화에 대한 책을 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장애인이 아니다. 그냥 들을 수 없는 농인일 뿐이다".
그리고 이 책은 사회가 장애인에게 적응을 요구하기보다는 사회가 장애인에게 어떻게 적응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때마침 방탄소년단(BTS)가 신곡 ‘퍼미션 투 댄스’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수어 안무가 세계적으로 화제다. 엘튼 존 등 스타들이 극찬한 데 이어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감사인사를 전한 바 있는데 더욱이 이번 76차 유엔총회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희망찬 메시지와 백신의 중요성을 함께 전달하면서 다시한번 수어안무를 보여줘 많은 갈채를 받았다.
BTS는 ‘즐겁다’, ‘춤추다’, ‘평화’를 의미하는 국제수어를 안무에 접목시켜 전 세계 청각장애인들로 하여금 “정말 기분이 좋고 고맙다” “내가 춤출 수 있게 만든다”며 환호케 했다. “좋아하던 K팝 아이돌 신곡에서 수어 안무를 볼 줄 몰랐다”며 눈물도 흘렸다고 한다.
우리가 박수칠 때 소리를 내지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인들에겐 두손으로 반짝반짝거리는 움직임이 박수라고 한다. ‘반짝반짝 박수소리’ 보낸다.
2021-09-28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