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삼경 중 하나인 ‘역경(易經)’ 혹은 ‘주역’은 30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다. 헌데 흔히 주역하면 예언서 혹은 점을 보는 점서(占書)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는 짧은 시각이고 중국 고대 전설의 왕이었던 복희씨가 팔괘를 만든 후 주(周)나라 문왕과 춘추시대 공자에 이르러 완성된 것으로 동양의 세계관과 지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고전 중의 고전으로 그 뜻이 심오하다.
이는 공자도 주역을 너무 열심히 읽어 책을 묶은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을 정도라 하고 대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마저 ‘양자역학이 지금껏 해놓은 것은 태극과 음양, 팔괘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역경의 역(易)이란 말은 변역(變易), 즉 릫바뀐다릮는 뜻으로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연현상의 원리를 설명하고 풀이한 것이다. 헌데 이를 주(周)나라의 역(易)이라해서 주역(周易)이라고도 한다.
이에 따르면 천지만물은 모두 양과 음으로 되어 있어서 하늘은 양이요, 땅은 음이고, 해는 양, 달은 음 하는 식으로 모든 사물과 현상들을 양과 음 두 가지로 구분해 그 변화에 대해 설명한다.
헌데 양과 음은 태극에서 나온 후 다시 변해 8괘가 된 것이다. 우리나라 태극기는 이 중 네가지 괘만을 뽑아 네 모서리에 두었는데 이들이 건(乾), 곤(坤), 이(離), 감(坎)이다. 하지만 이 8괘만 가지고는 천지자연의 현상을 다 표현할 수 없자 다시 각 8괘를 두개씩 위아래로 짝을 지어 64괘를 만들었다. 해서 64괘 첫번째부터 중천건, 중지곤, 수뢰둔, 산수몽 등 순서대로 이름이 붙어 있는데 13번째가 천화동인(天火同人)이요, 14번째가 화천대유(火天大有)다.
근자에 단군 이래 최대의 부동산 사건이라는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개발 로비, 특혜 의혹 사건이 사회적으로 소란한 가운데 바로 이 화천대유(火天大有)와 천화동인(天火同人)이 연일 매스컴에 등장한다. 모회사가 화천대유(火天大有)이고 그 자회사가 천화동인(天火同人)이란다.
화천대유와 천화동인은 주역 64괘 중에서 가장 좋은 괘 이름으로 조선의 정조대왕이 제일 좋아했다고도 한다. 14번째 괘인 화천대유는 화천, 즉 불(火)을 상징하는 이(離)괘가 위에 있고 그 아래 하늘(天)을 의미하는 건(乾)괘와 한짝이다. 다시 말해 불에 해당하는 태양이 하늘 위에서 온 천하를 비추니 크게 얻는다는 뜻으로 대유처럼 번성하고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좋은 괘 중 하나다.
바로 그 앞13번째 괘인 천화동인(天火同人)은 반대로 천화, 즉 하늘아래 불이 있으니 이는 신(神)이 내려온 거라 해석되어 마음먹은 일을 성취할 수 있는 운으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큰 뜻이라고 한다.
이렇듯 두 괘가 모두 좋은 괘이지만 주역은 좋은 운 속에 내재하는 불행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진정한 화천의 대유(大有) 운으로 ‘성공한 바를 칭송받기 위해서’는 천화의 동인(同人)을 이르는 ‘남과 함께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과 사회를 위해서는 베풀지 않고 부정한 권력과 결탁해 재물을 독점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는 즉, 달도 차면 기울고, 권세도 지나치면 후회하게 되듯 화천대유의 의기양양한 뽐냄도 사그라지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허니 겸손하고 신중해야한다고 일러두기 위해 화천대유 바로 다음 15번째 괘인 ‘지산겸’이 있는 거다. 지산, 즉 땅 아래에 산이 있음이니 이는 ‘땅은 산을 품고 있으면서도 겸손하다’는 뜻이다. ‘힘있는자 교만하지 말라’는 말이다.
2021-11-30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