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장교 프랭크 대령은 군복무 중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은 후 딸네 집 뒷켠에 홀로 얹혀살면서 삶의 무의미함을 이기지 못하여 술로 지새운다. 땡스기빙데이가 되자 딸 가족이 모두 떠난 집에 혼자 남겨진 그는 인생의 마지막 여행을 준비한다. 리무진을 타고 뉴욕으로 가 최고급 호텔과 식당에서 머물고 즐기며 아름다운 여인과 하룻밤을 지낸 후 생을 마감하려는 계획이다.
어느 날 저녁 그는 고급식당 안에서 한 젊은 여인에게서 풍기는 냄새에 이끌려 다가가 향수의 이름을 알아맞히자 호기심을 느낀 그녀에게 탱고를 추자고 청한다. 춤도 출줄 모르지만 시각장애인인 그의 제안에 주저해 하는 그녀의 손을 잡고 프랭크는 ‘스텝이 엉기면 그것이 바로 탱고예요’라며 플로어 위에서 춤을 리드해 간다. 오랜만에 그의 얼굴에 생기가 가득 차고 춤은 더욱 힘차진다. 영화 ‘여인의 향기’의 한 장면이다.
이 때 나오는 배경음악은 탱고의 황제라 불리는 카를로스 가르델의 ‘Por una Cabeza’였다. Por una Cabeza는 릫머리 하나 차이로릮라는 뜻을 가진 경마 용어다. 경마에서 간발의 차이로 달리는 말들의 머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모습을 나타낸 'neck and neck', 막상막하라는 뜻이다.
마차경주와 함께 로마제국의 스포츠였던 승마는 오늘날 까지도 이어져 경마에서 이름을 날리는 말들의 품종과 인기의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고의 경주마는 영국의 토종 암말과 아랍의 숫말을 교배해 나온 ‘서러브레드’다. 위엄을 갖춘 채 바람을 가르며 다이내믹하게 달려서 ‘말 중의 말’이라 불린다.
경마에서뿐 아니라 말은 영웅과 한 몸을 이루어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이른바 ‘인마일체(人馬一體)’, 걸출한 영웅에게는 그에 맞는 명마가 있다는 뜻이다. 알렉산더 대왕은 아시아 원정에서 자신과 한 몸이 되어 수많은 전쟁을 치른 ‘부케팔로스’가 죽자 그 지역에 그의 이름을 딴 도시를 세웠다. ‘알렉산드리아 부케팔로스’다. 이외에도 프랑스 나폴레옹의 ‘마렝고’, 초패왕 항우의 ‘오추마’ 그리고 촉나라 관우의 ‘적토마’ 등 주인과 운명을 함께한 명마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다.
헌데 ‘오추마’는 항우가 해하전투에서 패배한 후 그를 살리려고 뗏목에 실어 보낸 후 자결하자 이를 안 듯 목 놓아 울다 스스로 물에 뛰어들어 주인을 따랐으며, 적토마는 관우가 죽자 물 한모금 먹지 않고 단식 끝에 죽어 충성과 의리의 표상이 되었다.
조선 태조 이성계에게는 여덟 마리 명마(八駿馬)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아끼던 ‘유린청’이 죽자 자신과 함께 수많은 전쟁을 치른 그를 위해 석관을 짜서 묻어주기도 했다. 아들 태종은 사냥을 무척이나 즐긴 애호가로 노루를 사냥하다 낙마한 기록도 있다.
헌데 최근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의 낙마 장면에서 발생한 말 사망 사고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할리우드는 이미 1939년 ‘제시 제임스’ 영화촬영 도중 말이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 등의 사건을 계기로 이러한 촬영기법을 금지시켰고 이후 할리우드 촬영장의 동물 대처는 미인도주의협회(AHA)에서 모니터링하는 한편, 스턴트 훈련을 받은 말을 투입하거나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하는 방법이 보편화 되었다.
얼마 전 영국은 문어와 게, 바닷가재를 고통을 느끼는 동물로 인정하고 동물복지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산 채로 끓는 물에 넣거나 생식으로 고통을 가중시키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러한 때에 80년 전 금지된 기법을 아직도 답습하고 있다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에 따른 참사가 안타까울 따름이다.
2022-02-01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