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 양
시간이 지나간다
창문을 열자
새벽이 된 세상이
울컥 냉기로 안긴다
나에게 불린 너의 이름에
삐쭉한 새가 답한다
소음이 사라진 세상에서
새의 소리는 새보다 더
날카롭고 빠르게 날아다닌다
창문을 닫자 날아들던
너의 대답이 창에 부딪혀 거리로 떨어진다
떨어진 대답은 부서진 이름은 깨어진 소리는 아무렇게나 던져져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부르지 않는, 그래서 대답할 수 없는, 귀 기울이지 않는 나무가 된다
비루한 가지의 완고한 힘으로 펜데믹의 오랜 시간, 어디쯤에서 이 시를 쓴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만 또 상당히 많은 이들이 이미 마스크를 벗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오랜 시대에 깊은 자국으로 남은 시기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텅 비워버린 세상처럼 느껴지던 그 때.
어쩌면 그것은 우리가 늘 가지고 있었고 느끼고 있었던 외로움에 대한 실제적 구현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우린 늘 소음 안에 살아왔다. 그것을 인지하던 인지하지 못하던 소음을 그렇게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존재를 들어내고 있다.
그 일상의 백색소음들이 일제히 입을 다물었을 때.
이른 새벽, 막 잠에서 깨어난 우린 창을 열고 서 있다.
그 어떤 소리도 우릴 자극하지 않는 극도의 침묵.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랫동안 그 시간 안에 머물며 누가 나를 불러줄지, 난 누구를 불러야 할지 생각했었다.
부를 이름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고 또 그렇게 불릴 수 있음에 새삼 감사했었다.
2022-06-03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