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심다
김준철
검은
그리고 긴
또 차갑고
딱딱한
탕!
덮인 책에서
탕!
광고판 위에서
탕!
푸른 스크린에서
탕! 탕! 탕!
명배우처럼 냉소적 미소를 띠고
냉철한 주인공인 양 천천히
소설 속 인물이 되어 극적으로
아직은 무거워 보이는 세상의 무게를 견뎌내는 듯
그 검고 길며 차고 딱딱한 그것을 정조준하는
아이에게는
영화의 주인공이 스크린을 뚫고 튀어나온 것처럼
혹은 자신이 영화 속 세상으로 들어온 듯 떨고 있는
아이에게도
아직 영글지 않은 꿈이
차마 바라지도 못한 소망이
남겨진 웃음과 사랑과
이겨나가야 할 고통과 아픔이
또 한없이 떨어지는 절망과 솟구쳐 오르는 분노가
아침에 미처 다 먹지 못한 샌드위치나
어제저녁 끝내지 못한 게임과
아쉽게 마주치지 못한 눈빛이 있다.
살아내는 것은
이런 게 아니다
이 땅에 총을 심을 수는 없다.
얼마 전, 텍사스에서 또다시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19명의 아이와 2명의 교사가 숨진 사건이었다.
여기저기서 총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언급하며 총기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총기 관련 증시들이 급격히 오르고 학교 선생들에게도 총기를 지급해야만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서로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또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힘을 갖기 위해 어쩌면 총만 한 물건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전쟁터도 아닌 미국의 초등학교 교실에서 군인이나 테러리스트가 아닌
18살 소년에게 그보다 더 어린 학생들이 총을 맞고 죽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말이다.
폭력이 일상이 되고 포장이 되고 게임이나 영화에서는 더욱 리얼한 연출을 하고 더 자극적인
이야기로 붉은 피를 쏟아내고 있다. 많은 이들은 그것이 대세이고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파도인 양
떠들어댄다. 그 가치가 단 한 아이의 생명도 귀한 것일까? 그러한 사업으로 벌어들이는 수십억
달러의 돈이 단 한 아이의 생명보다 가치가 있는 것일까?
동화 같지도 영화 같지도 않은 현실에서 벌어진 이 사건이 단순한 몇몇 사람들의 부주의나 정신
이상이라는 병명으로 변명 되는 일이 될 수는 없다. 우리가 사는, 우리의 자손들이 이어나갈 이
땅에 우리 손으로 총을 심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반드시 약속하지 않은 그 어느 날, 우리를
정조준하게 될 것이다.
2022-06-16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