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본 듯이 보거라
오문강
대문 열고 한 발짝만 나서면
아버지가 심어주신 향나무가 오른쪽에 서 있다.
‘나 본 듯이 보거라’
바로 옆엔 내가 심은 연산홍이
봄이면 진달래처럼 피어 향나무를 떠받들고 산다.
나무를 무척 좋아하시는 아버지는
향나무를 으뜸으로 치셨다.
아버지 농장은 향나무가 거의 다 차지하고 있어서
귀하다는 야자나무도 기를 펴지 못하고
밤나무, 대추나무 따위는 이름표도 달지 못했다.
모두 양지바른 곳에 살고 있는 것도 다행인지
주늑들지 않고 우쭐우쭐 잘들 살고 있었다.
몸이 불편하셨던 아버지는 병원에도 입원하시고
병문안 자주 갈 수 없었던 나는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마다 향나무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럴 때마다 향나무는 나를 내려다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나무도 우시는 가?’
오랜만에 셋째 여동생 집에 계시는 아버지를 방문했다.
가을 햇살이 눈부신 오후
우린 앞마당 낮은 돌담에 나란히 앉아서
말없이 서로 딴생각을 하고 있었다.
‘너 할머니 산소 어딘지 아냐?’
한낮이라 따듯한데 금새 한기가 돌면서 눈물이 났다.
나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를
아버지는 멀리가신 할머니를
이름이 서로 다른 어머니를
아버지와 나는 한참동안 생각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이번 미주한국문인협회 ‘미주문학상’수상작이다. 극히 평범한 수필같은 풍경의 작품이다. 하지만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보면 선선한 나무향내와 함께 전해지는 뭉클함이 있다. 언젠가 느껴보았을 혹은 언젠가 느끼게 될…살아가므로 배우고 되는 감정인 것 같다.
우리를 대신하여 우리가 되어 줄 그 어떤 것이 우리에게는 있을까? 또는 그렇게 우리를 한참 되새기듯 떠올려 줄 그 온기가 있을까?
2022-09-09 00: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