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기도
김준철
우리는 긴 시간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었습니다
그날은 기억에 없는 날이었습니다
입질도 없고
낚시꾼도 없었습니다
바람도 없고 구름도
그리고 말도
없었습니다
간혹 찰랑거리는 강물이 찌를 흔들고
느린 블루스 연주 같은
시간이 흐느적대며 검은 땅을 드리웠습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기억 속, 기도
혹시나 일어나지 않을 일이 될까
고개 돌려 바라보지도 못하고
길어지는 그림자를 바라보고만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 후에도 낚싯대를 드리우고
앉아있을 것입니다
존재하지 않는,
아직 끝나지 않은 기도입니다
매일 혹은 종종 우리는 기도를 한다.
기도는 원하는 것을 절대자에게 갈구하는 행위일 때가 많다. 필자의 경우, 기도에 대한 응답이 내가 원하는 때이거나 원하는 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절대자가 정한 시기에 그분의 방법으로 답하신다는 것이라 나름 깨달았기에 근래 나의 기도는 갈구나 비명이 아니라 듣는 쪽으로 변했다. 긴 묵상과 귀 기울임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서 일어나는 작은 속삭임을 들으려 노력하는 중이다.
그러다 가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어떤 곳에 가닿는다. 대부분 그곳은 내가 간절히 소망하던 어떤 한 풍경일 때가 있다. 그럼 가능한 한 천천히 오래 동요하지 않고 그 안에 머물러 있으려고 애쓴다. 너무나 달콤한 꿈에서 깨어나지 않으려는 아이처럼 떼쓰며 매달린다. 자칫 작은 흔들림에 내가 있는 이 모든 세상이 한순간에 사라질까 노심초사한다.
아직 일어나지도 또 존재하지도 않는 그 풍경 속에서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끝기도는 끝나지 않고 끝날 수 없는 대화가 되어 이어진다.
혹, 여러분은 이런 끝기도를 하고 계시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2022-10-12 00:00:00